[김구섭]통계의 양면성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김구섭]통계의 양면성

[수요광장]김구섭 한국무역협회 건설추진단장

  • 승인 2012-06-19 14:22
  • 신문게재 2012-06-20 21면
  • 김구섭 한국무역협회 건설추진단장김구섭 한국무역협회 건설추진단장
▲ 김구섭 한국무역협회 건설추진단장
▲ 김구섭 한국무역협회 건설추진단장
중국의 삼국지에는 제갈량 공명이 동남풍을 이용한 화공 작전으로 양쯔강 남안에 있는 적벽에서 소수의 군사로 조조의 백만 대군을 섬멸시키는 장면이 나온다. 이것이 그 유명한 적벽대전이다.

공명은 그 당시 벌써 경험적으로 기후 통계를 이용한 것이다. 반면에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미실(고현정 분)은 일식과 같은 천체의 원리로 백성들을 속여 자신을 신적인 존재로 받들게 한다. 천문 통계를 악용한 것이다.

통계란 자연과 사회 현상을 규명하기 위해 각종 데이터를 수집하여 적절한 방법을 통하여 분석한 정보를 말하며, 이는 숫자ㆍ그래프ㆍ도표ㆍ그림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된다. 일기예보ㆍ여론조사ㆍ스포츠 분야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통계 지표가 이미 우리의 생활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통계는 미래의 삶을 위한 지표로서 더욱 막중한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일기예보는 수학적 확률과 통계를 바탕으로 미래의 날씨를 예측해주는 것으로서 우리 실생활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정보로 자리 잡았다. 선거철이 되면 각 정당은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통계를 내어 국민들의 생각을 예측하고 정책을 수립하는데 많이 사용하고 있다. 스포츠에서도 통계는 깊게 자리를 잡고 있는데 가장 많이 사용되는 분야는 야구다. 선수의 타율, 타점, 방어율, 도루 성공률 등 많은 부문에서 통계를 사용하여 감독은 작전을 하고 관중은 야구를 좀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반면에 통계 속의 숫자로 우리를 현혹하거나 속이는 현상도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라는 말이 있다. 통계에 대한 불신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대표적인 경구다. 통계는 크게 세 가지 방법에 의해 잘못 사용된다. 첫째는 통계를 만드는 주체가 의도적으로 왜곡 조작하여 속이는 방법이고, 둘째는 그들 자신들도 모르게 사용한 잘못된 기법에 의해 틀린 통계를 생산하는 경우이며, 셋째는 통계의 숫자를 보고 받아들이는 사람들에 의해 본래의 뜻과 다르게 해석되는 것이다. 이러한 '나쁜 통계'에 속지 않기 위해서는 그것을 가려내려는 분위기가 사회적으로 형성되어야 한다.

유럽의 작은 나라 그리스가 세계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그리스 정부와 통계청이 통계 조작으로 국가의 재정위기를 감추는 사이에 그리스 국민은 나라가 망하는 줄도 모르고 해결할 시간마저 놓친 것이다. 국가가 통계를 의도적으로 조작하여 악용을 하면 그 파장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가 된다. 그리스 사례를 보면 통계의 정확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정부는 지난달 취업자 수가 2500만명을 돌파하고 고용률도 60.5%로 작년동월대비 0.4%포인트 상승했으며 전체 실업률도 3.1%로 올 들어 가장 낮았다고 발표했다. “최근 2년간 우리 경제의 고용 창출력이 크게 개선됐다는 점에서 매우 반가운 일”이라고 자축했다. 이 수치가 틀린 통계는 아니다. 그러나 국민들은 왜 고개를 갸웃할까?

지금 우리나라는 일자리가 없어서 특히 청년 실업으로 난리이기 때문이다. 3%대 실업률은 거의 완전고용 상태를 의미한다. 실업자들은 완전고용 상태인 이 수치를 보면서 자괴감만 생기고 점점 더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실업률 공식에 함정이 있는 것이 아닌가? 실업률의 정의가 너무 정부의 발표용 위주로 되어 있지는 않은가? 실질 실업률과 동떨어진 공식 실업률은 정부와 기업의 일자리 대책의 현실성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착시 현상만 일으킬 뿐이다. 미국과 캐나다처럼 다양한 보조 지표를 개발해 '착한 통계'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정부는 통계의 정확성과 신뢰 수준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할 것이며, '착한 통계'를 통해 좋은 정보를 얻어내느냐,'나쁜 통계'에 속아 잘못된 판단을 내리느냐 하는 것은 우리 모두가 성숙한 통계 정신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3.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4.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5.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