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복 예산 덕산중ㆍ고 교장 |
석유 등잔으로 불을 밝힌 시골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도시의 학교로 유학을 떠난 고등학교 시절, 현재는 공주문화원장으로 계시는 나태주 선생님의 시집 『대숲 아래서』와 『막동리 소묘』 등을 읽었는데 그 당시 시골집 풍경을 너무나 생생하게 표현하여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기 위해 자주 낭송했던 기억이 새롭다.
내 고향 산 아래에는 솔밭이 있고 그 아래 대숲이 있고 대숲 아래 몇 가구가 이용하는 공동 우물이 있어 바가지로 물을 떠 세수도 하고 머리 감고 빨래도 할 수 있었는데, 시인의 시 일부를 보면 “바람은 구름을 몰고/ 구름은 생각을 몰고/ 다시 생각은 대숲을 몰고/ 대숲 아래 내 마음은 낙엽을 몬다. (중략) 하기는 모두가 내 것만은 아닌 것도 아닌/ 이 가을/ 저녁밥 일찍 먹고/ 우물가에 산보 나온/ 달님만이 내 차지다./ 물에 빠져 머리칼 헹구는 / 달님만이 내 차지다.” 이 시를 읽다 보면 저절로 고향 생각이 난다. 지금도 주말에 고향집에 들르면 늦은 밤 마당에 나와 솔밭과 대숲, 그리고 달님을 찾아 하늘을 바라보곤 한다.
지난주 경주에서 APEC 교육장관회의가 '경주선언'을 채택하고 글로벌과 혁신, 협력 세 가지 분야에서 구체적 실천계획을 제시했다는 보도를 접했다. 각국의 관계자가 한국교육에 대해 많은 관심을 표명했는데 국가 간 교육격차를 줄일 수 있는 스마트 교육과 융합 인재 교육에 대해 중점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융합교육은 과학, 기술, 공학, 수학 등 기본적인 지식 위에 예술적 소양을 겸비한 다재다능한 인재육성이 목표다. 문화 국가를 표방하는 선진국들처럼 우리도 문화시민을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펼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시작이 아름다운 시를 읽고 외우며 더 나아가 창작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본다.
중ㆍ고등학교가 통합학교로 운영되는 덕산중ㆍ고등학교에서는 작년부터 특색사업으로 '시심(詩心)을 통한 바른 품성 함양'을 추진하고 있다.
중학교의 경우 '시심으로 다지는 학습짱들의 행복노트'를 제작하여 아름다운 시 30편을 소개하고 외운 후 가을에 명시 암송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신 학생이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한 시를 암송하면서 훌쩍여서 그 모습을 보는 선생님들이나 전교생이 눈물을 닦으며 부모님의 은혜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 보기도 했다.
공자는 『논어』에서 '興於詩 하고 立於禮 하며 成於이니라'고 표현했다. 시로써 감흥을 일으키고, 예로써 행동의 규준을 세우며, 음악으로써 성정을 완성한다 하여 인간 정신발달의 순서를 말하며 문화의 계단을 표현했다고 한다. 즉, 바른 인성을 갖춘 문화인이 되기 위해 우선 시를 알고 공부하는 것이 순서라고 강조하였다.
마침 충남교육청의 김종성 교육감도 국어의 시가(詩歌) 외우기를 강조한다. 예술교육이나 문화인 육성의 첫 걸음이 시 교육에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학교가 창의적인 생각, 바른 인성 그리고 예술적 소양을 갖춘 문화인 즉, 융합 인재를 기르는 교육의 기본 과정에 아름다운 시를 접하는 기회를 만들어 주었으면 한다. 그 방법의 하나로 명시 외우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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