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평공원과 갑천습지의 생태적 가치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속에 이곳을 관통하는 도로건설로 인한 생태 훼손에 대한 우려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이민희 기자 |
월평공원과 갑천습지의 생태적 가치는 역설적이게도 이곳을 관통하는 도로 건설 계획이 나오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육상과 수상 생태계가 만나며 도심 속 허파이자 생태계의 보고로 자리잡고 있는 곳이지만, 개발 압력에 직면해서야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이다.
대전시는 서남부권개발 사업에 따른 교통 수요 증가 등을 예상해 2005년 서구 내동 안골네거리에서 도안동을 잇는 도로 건설 계획을 세웠고, 이 일대 주민과 환경단체들은 '월평공원ㆍ갑천지키기 시민대책위'를 구성해 장기간 도로 건설 계획 철회를 요구하며 대립했다. 2년 넘게 진행된 지난한 반대 운동으로 착공이 지연됐지만 2010년 결국 도로 공사가 시작됐고, 현재 공사는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전시와 시민대책위는 추가 환경 파괴를 막기 위한 공동 협의기구 구성에 합의했고, 이에 따라 이 지역의 보존 방안 수립을 위한 연구 용역이 진행됐다.
지난해 말 발표된 용역 결과에 따르면 이곳에 공사가 시작된 이후 공사 구간 인근에서는 이미 저서성대형무척추동물의 종과 개체수 감소 등 생태적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공사로 인한 부유토사 등 서식지 훼손에 영향을 미치는 교란요인이 지속됨에 따른 것이다.
이 밖에도 용역 결과에서는 공사로 인한 탁류 발생과 소음으로 수달과 각종 포유류의 서식 환경에 미칠 악영향이 우려됐으며, 양서ㆍ파충류의 경우도 공사 구간에서 관찰 종수가 여타 지점에 비해 급격히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아직까지 공사로 인해 눈에 띌 만한 생태적 교란이나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는 않더라도, 도로 준공 후 본격적인 차량 소통이 시작되면 주변 생태계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당장 차량 소음과 먼지, 교각위의 조명 등은 야생동물과 조류의 서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도로 공사 보다 더 큰 생태적 위협은 월평공원을 기준으로 갑천 습지 맞은편에 신도시가 조성되면, 사람의 이동과 접근이 많아지면서 추가적인 개발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갑천 습지는 대전지방국토관리청에 의해 보존지구로 관리되고 있기는 하지만, 언제든 주무관청의 입맛에 따라 개발행위가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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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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