뤽 베송은 1980년대 프랑스의 '누벨 이마주'를 이끌었던 영화감독. 현란한 조명과 인공적인 이미지를 사용한 감각적인 영상에 젊은 관객들은 열광했었다.
신비로운 푸른 빛깔로 빚은 '그랑부르'도 좋았지만, 세상 사람들에게 그를 각인시킨 건 '니키타'와 '레옹'이었다. 누벨 이마주로부터 시작된 독특한 스타일에 할리우드의 상업적 요소를 결합한 영화들은 프랑스 영화가 거센 할리우드 물결을 헤쳐 나갈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았다.
그는 지금 영화를 연출하기보다 제작에 매달리고 있다. 이른바 뤽 베송 사단이 내놓는 영화들에게서 재기발랄 그의 과거를 엿보긴 힘들다. '테이큰'처럼 잘 뽑아져 나온 액션스릴러도 있지만, 고만고만한 킬링타임용이 대부분이다. 지구 80㎞ 상공에 거대한 '우주감옥'을 세우고 SF액션을 내세웠지만 '락 아웃:익스트림 미션'도 딱 그 범주다.
우주감옥에서 날뛰는 극악무도한 범죄자들, 그들에게 붙잡힌 대통령의 딸, 그녀를 구출하기 위해 홀로 뛰어든 주인공. 가이 피어스가 연기하는 주인공 스노우는 시니컬하고, 위기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농담을 툭툭 던진다. 뭔가 익숙한 게 연상되지 않는가. 노골적으로 말하면 영화는 '다이 하드', 스노우는 존 매클레인의 짝퉁이다. 브루스 윌리스만큼 한 효과는 없지만 가이 피어스의 농담과 익살스런 표정은 그런대로 유쾌하다.
날도 더운데 따질 게 뭐 있겠나. 시원하게 터뜨리고 부수고, 주인공 스노우가 견고한 감시시스템과 미친 죄수들을 상대로 어떤 기술과 운으로 위기를 헤쳐 나가는 지를 즐기면 그만이다. 킬링타임용 팝콘 무비로는 지루함도 없고 그냥 볼 만하다.
안순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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