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진실을 말해주마. 온 세상에 알릴거야.”
돌팔매형을 당해 죽은 조카의 시신을 거두며 이모는 이를 악문다. 이모의 절절한 염원이 세상 사람들의 가슴을 두드린 모양이다. 2008년 제작된 영화가 6년 세월 세상을 돌고 돌아 우리 앞에 공개되게 된 것은.
프랑스 저널리스트 프리든 사헤브잠이 쓴 '더 스토닝 오브 소라야 M'을 원작으로 한 '더 스토닝'은 '스토닝', 즉 돌팔매형의 비인간성을 고발하는 영화다. 하지만 영화가 담고 있는 텍스트는 그것만이 아니다. 마치 권리인양 행해지는 남성들의 폭력, 그 비도덕적이고 부조리한 폭력에 짓밟히는 이란 여성들의 인권, 집단의 광기와 다수의 침묵이 얼마나 무서운 비극을 초래하는 지까지 서슬 퍼렇게 고발한다.
1986년 이란의 작은 마을. 고장난 차를 수리하기 위해 들른 프랑스 기자(제임스 카비젤)에게 중년 여인 자흐라(쇼레 아그다시루)가 다가와 말을 건넨다.
“당신이 알아야 할 사연이 있어요. 그냥 묻혀서는 안 될 이야기예요. 이 나라는 여자의 말을 듣지 않아요. 그러니 당신이 내 목소리를 가져가요.”
자흐라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믿을 수 없이 끔찍하다. 소라야(모잔 마르노)는 두 아들과 딸을 둔 엄마였다. 나이어린 새 신부를 얻고 싶은 남편 알리는 합법적으로 이혼하고 이혼 위자료도 주지 않기 위해 잔인무도한 계략을 꾸민다. 아내를 '부정한 여인'으로 몰아 돌팔매형에 처하는 것. 마을의 지도자를 꼬드기고, 두 아들을 포함한 마을 남자들을 제 편으로 끌어들인다. 마을 사람들의 암묵 속에 소라야는 마을광장에 상반신만 남긴 채 묻힌다.
던진 돌에 맞지 않으면 “신의 뜻이 아니다”, 맞으면 “신의 뜻이다”라고 정당화하는 마을 사람들. 신의 뜻이라는 미명 아래 자행되는 집단의 광기는 끔찍하다. 차마 눈을 돌리고 싶지만 불의에 희생당하는 인간의 모습을 부릅뜬 눈으로 지켜봐야 한다. 그게 이 영화를 보는 예의일 터.
아이들과 행복하게 살기를 꿈꿨던 한 여인은 남편과 아들, 아버지와 이웃이 던진 돌에 맞아 피범벅이 된 채 숨을 거둔다. 남편은 아들의 손에 돌을 쥐어주며 외친다.
“남자들의 세상인 것을 절대 잊지 말아라!”
지하철에서 사내에게 성추행당하는 어린 여학생을 보고도 말리는 이 하나 없는 다수의 침묵, 인터넷 상에서 신상털기가 공공의 선인 양 공공연히 벌어지는 우리 사회에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영화다.
염려되는 것은 영화를 보고 이슬람 문화가 야만적이라고 단칼에 재단해버리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잘못된 것이야 당연히 비판해야겠지만 우리의 것으로 남의 것을 재고, 하나만 보고 전체를 싸잡아 '악(惡)'으로 매도해버리는 것 또한 비도덕적이고 부조리하다. '더 스토닝'은 바르게 읽고 곱씹어 생각할 때, 소라야의 비극도 웅변으로 다가온다.
안순택 기자 soot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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