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곤도 마리에는 일본 최고의 '정리 컨설턴트'다. '정리 컨설턴트'라는 직업이 약간 생소하지만 국내에도 정리 컨설턴트로 활발히 활동하는 이들이 있다. 이 책과 비슷한 시기에 출간되어 베스트셀러가 된 하루 15분 정리의 힘의 저자 윤선현씨가 국내 1호 정리 컨설턴트다.
▲ 곤도 마리에 저 |
저자 곤도 마리에는 자타공인 정리 마니아다. 어린 시절부터 정리와 수납에서 재미를 느껴 취미로 삼았다. 저자에게 정리는 가장 즐거운 일이었다. 그런데도 정리가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면 할수록 실력이 늘어가는 요리나 재봉과는 달리, 정리는 몇 번을 반복해도 항상 제자리였다. 저자가 처음 정리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생각을 바꾼 계기는 중학생 때 읽은 버리는 기술이라는 책이었다고 한다. 그 이후로 정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것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정리의 기본인 물건 버리기를 축제처럼 생각하기 시작했다.
저자는 축제의 정리에서 두 가지를 강조하는데 첫째가 물건을 버리는 것이다. 물건을 버릴지 남길지 결정하는 일은 정리에서 가장 어렵고도 중요한 일이다. 마음먹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물건 하나하나 버릴지 말지 결정하는 것은 정신적으로 피곤한 일이다. 저자는 물건을 버리는 작업을 할 때 규칙을 활용하지 않는다. 규칙보다 감정을 따른다. 설레지 않는 물건은 버리라는 것이다. 물건을 버릴 때는 수납을 고민하지 말고, 물건 버리기를 모두 마치고 나서야 수납을 시작해야 한다.
축제의 정리에서 두 번째 단계는 물건의 제 위치를 정하는 것이다. 모든 물건의 위치를 하나도 남김없이 정해주어야 한다. 어려워 보이지만 물건을 버릴지 남길지 결정하는 일보다 간단하다고 한다. 처음엔 막막해 보여도, 어쨌든 물건의 개수는 한정되어 있으므로 분명히 끝이 있는 작업이다. 물건의 제 위치를 모두 정하고 나면 축제의 정리가 끝난다.
저자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축제의 정리를 짧은 시간에 한 번 만에 완벽하게 끝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정리된 상태가 다시 어질러지는 일이 생기지 않는다고 한다. 축제의 정리를 하지 않는 한, 일상의 정리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른 정리법 책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얘기인데도 귀가 솔깃하다. 정리를 단 한 번 완벽하게 끝내기만 하면 그 이후로 정리된 상태가 계속 유지된다니 말이다. 축제의 정리 이후에는 하나의 규칙만 잘 지키면 된다. 물건을 사용하고 제자리에 두는 것, 그 뿐이다.
축제의 정리가 중요한 것은 완벽하게 정리된 상태를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정리에 대해서 체질상 맞지 않다고 생각해 온 사람들도 완벽하게 정리된 방을 보면 부정적인 감정이 사라지며, 정리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자신감이 생긴다. 쉽지 않은 습관을 유지하고자 할 때 중요한 동기 부여 요인이 된다.
이 책은 변화에 관한 책이다. 사람들의 마음과 행동에 변화를 일으키고, 궁극적으로 환경을 개선하여 삶에 긍정적인 기운을 불러일으킨다. 물건 정리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변화를 통해 지속 가능한 습관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는 책이다. 저자는 일생에 단 한 번 짧은 시간에 완벽하게 해내는 축제의 정리를 명확한 목표로 제시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설레는 기분과 비장한 각오로 곧장 축제의 정리에 돌입하도록 만든다.
저자의 정리법은 실용적이다. 규칙에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규칙의 중요성을 무시하지도 않는다. 축제의 정리 중 물건 버리기에서는 규칙이 아니라 설렘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물건 제 위치 정한 다음 사용한 물건을 제자리에 놓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규칙으로 일상의 정리를 해결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