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 엔디컷 우송대 총장 |
우리는 수업 중에 1ㆍ21 청와대 습격 사건, 푸에블로호 사건, EC-121 격추사건, 박정희 대통령 암살사건의 여파와 같은 내용을 다루는데 우리 둘 중 하나가 타당성이 있다고 여기는 주제가 있으면 옆으로 빠지는 바람에 그 날 마쳐야 할 진도를 제대로 다 끝마치기가 힘들었습니다. 아시아 여러 곳에서 온 학생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수업 진도가 앞으로 진행되기 보다는 역행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최근에 보강으로 우리 학생들에게 뭔가 크게 의미가 될 만한 수업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우리는 서로 마주보고 천안! 하고 소리쳤습니다. 그래서 세계에서 가장 의미 있는 박물관중의 하나인 천안 독립기념관을 토요일에 방문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천안은 한국역사에 있어서 한국의 잔다르크인 유관순열사의 고향이기도 하고 유관순 열사가 1919년 3ㆍ1 독립운동의 리더로서 활동하다 순교하여 명성을 얻은 곳이라는 사실을 학생들에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우리들은 토요일 아침 일찍 학교에 모여서 솔브리지 버스 옆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천안으로 출발했습니다. 천안에 도착해 주차장에서 전시장이 있는 건물까지 걸어가기까지는 무척 힘들었습니다. 거리가 상당히 멀어서 평상시 신는 신발도 불편했는데 여자들이 하이힐을 신고 걷는 것은 절대 금물입니다. 독립관에 도달했을 때 전시관으로 먼저 들어가지 않고 일본 총독이 식민지 통치 당시 주요 행정 중심지로 사용했던 건물의 잔해가 있는 곳으로 향했습니다. 마침내 그레코로만 양식의 계단이 나타나고 그리스와 이탈리아에 있는 유적을 연상시키는 폐허가 된 원형경기장의 모습이 보였는데 이곳이 조선 총독부 철거부재 전시공원이었습니다. 조선 총독부 건물의 꼭대기에 놓여있던 돔 형태의 장식물이 중앙에 놓여 있었는데 규모가 상당히 커보였습니다. 1995년 광복 50주년을 맞이해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고 민족정기를 회복하기 위해 옛 조선 총독부 건물 철거 당시 이 장식물이 철거되는 자리에 수백만의 사람들이 모였었습니다. 이 전시물은 무력으로 이루어진 제국주의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교실의 좁은 테두리에서 벗어날 기회를 갖게 된 학생들은 즐거워했고 수년간의 속박에서 독립하게 된 한국의 긴 투쟁의 역사를 보여주는 전시물을 보면서 하루를 보냈습니다. 일단 투어를 시작해서 이 거대한 독립관을 여기저기 방문하다보면 이 여행이 즐거움만을 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독립을 향한 긴 투쟁의 흔적들이 이렇게 잘 전시되어 있는 곳을 나는 본적이 없습니다. 학생들은 끊임없이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줄곧 침묵하는 편이었습니다. 여기 저기 돌아본 후 쾌적한 분위기의 쉼터에서 커피 한 잔을 먹기 위해 앉은 후에야 학생들과 전체 경험을 생각해볼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천안 독립기념관을 방문한 적이 없었던 많은 한국 학생들이 이번 기회를 통해서 좋은 경험을 한 것 같아서 제프리와 나는 기뻤습니다. 외국 학생들도 우리가 수업시간에 다루었던 내용들을 마침내 이해하게 되었고 이번 여행기회에 대해서 우리에게 감사해했습니다. 각 나라마다 독립에 관련된 역사가 있습니다. 이제 각 나라의 젊은이들이 그 역사를 이해하는 것이 특별히 필요할 때입니다. 제프리와 나는 강력하게 추천하건데 아직 이 역사적인 기록의 장소인 독립기념관을 다녀오지 않은 학생들은 일생에 한번 있을 수 있는 경험으로 생각하고 꼭 다녀오기를 권합니다. 천안 독립기념관을 방문해보세요. 그곳은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가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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