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가 월평습지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해줄 것을 환경부에 건의한 것은 습지 보호를 위한 당연한 조치다. 그런데 지정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한다. 보호지역 지정안은 현재 습지 지정을 담당하는 환경부 국가습지사업센터에서 검토 중이다. 환경부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더라도 갑천의 관리 주체인 국토해양부와 협의를 거쳐야 하는데, 이 국토부가 하천구역 내에 있다는 이유를 들어 습지보호지역 지정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월평습지에는 멸종위기 1급인 수달이 살고 있다. 2급인 삵, 큰고니, 말똥가리와 천연기념물인 원앙, 붉은배새매, 황조롱이, 미호종개 등의 서식처다. 낙지다리, 쥐방울덩굴, 이삭귀개, 땅귀개 등 희귀식물도 다수 서식한다. 이중 다년생 식충식물 이삭귀개는 국립공원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도대체 이런 '생태계의 보고'를 보호하지 않고 어떤 곳을 보호하겠다는 것인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국토부는 하천보전지역으로 이미 보호받고 있지 않느냐는 입장인 모양이다. 그러나 하천보전지역과 습지보호지역은 구속력에 있어서 큰 차이가 있다. 하천보전지역은 개발압력이 커지면 훼손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러잖아도 주변에 신도시가 들어서고 사람의 발길도 늘어 갈수록 습지 파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생태계는 복잡 미묘하고 먹이사슬이 존재한다. 이 사슬은 몹시 연약해 어느 한 부분이라도 잘못돼 끊어져버리면 영영 되돌릴 수 없게 된다.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해 개발의 한계를 분명히 해야 하는 이유다.
대도시 도심에 이 정도 규모와 가치를 지닌 습지를 찾기란 쉽지 않다. 그만큼 월평습지는 대전의 큰 자산이다. 천혜의 자연생태 보고를 스스로 차버리는 꼴이 되지 않아야 한다. 반드시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 대전시와 시민들의 보존 노력과 관심이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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