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천습지, 습지보호구역 지정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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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천습지, 습지보호구역 지정 절실

천연기념물 등 10여종 발견… 우거진 산세 동ㆍ식물 안식처

  • 승인 2012-06-12 18:13
  • 신문게재 2012-06-13 3면
  • 이종섭 기자이종섭 기자
[르포] 갑천습지 가보니

▲ 월평공원과 갑천습지에는 다양한 희귀식물 및 천연기념물이 서식하고 있다. 새매(천연기념물 제232호) 미호종개(천연기념물 제454호) 새끼가재 이삭귀개(희귀식물). 
<br />사진제공=월평공원갑천지키기시민대책위
▲ 월평공원과 갑천습지에는 다양한 희귀식물 및 천연기념물이 서식하고 있다. 새매(천연기념물 제232호) 미호종개(천연기념물 제454호) 새끼가재 이삭귀개(희귀식물).
사진제공=월평공원갑천지키기시민대책위

대전 서구 월평동 만년교 아래를 유유히 흐르는 갑천의 물줄기가 월평근린공원과 맞닿은 지점. 천변에 설치된 자전거 도로가 끊어지며 더 이상 진입을 허용하지 않을 듯 우거진 수풀 사이로, 작은 오솔길이 발길을 유인한다.

어깨 높이로 우거진 수풀을 헤치며 들어서자 이내 좁다란 길을 따라 도심 속이라 믿겨지지 않는 풍경들이 펼쳐진다. 직강화된 여느 도심 하천의 모습과 달리 이곳을 흐르는 갑천은 굽이침을 간직한 채 다양한 식생과 어우려져 도심 속을 흐르고 있었다. 이곳으로부터 상류로 약 3㎞, 좌우안을 합쳐 약 113만㎡에 이르는 구간이 바로 대전시가 정부에 국가 습지보호지역 지정을 요청한 지역이다.

12일 도심 속에서 보기 드문 자연 생태를 간직한 갑천 습지를 찾았다. 도심을 가르는 8차선 도로를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한 그곳에는 빌딩 숲으로 둘러싸인 도심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풍광이 펼쳐지고 있었다.

조금 위쪽으로 올라가자 반딧불이 서식지임을 알리는 안내판이 서 있고, 인공 시설물을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하천이 야트막하지만 우거진 산세와 어우러져 이곳을 지나는 시민들은 물론 각종 동식물의 안식처가 돼 주고 있었다.

우거진 수풀 사이로는 밤 사이 야생 동물들이 쉬고 간 흔적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1급종인 수달과 멸종위기 2급종인 삵 등 육상과 수상 동ㆍ식물의 서식 흔적이 자주 발견된다고 한다.

지난해까지 진행된 생태조사를 통해 이 일대에서는 법적보호종인 이삭귀개와 땅귀개 등 희귀식물 4종과 황조롱이, 솔부엉이, 미호종개, 수달, 삵, 큰고니, 말똥가리 등 10여 종의 천연기념물 및 멸종위기종이 확인됐다. 또 이 지역에는 식물 346분류군과 11종의 포유류 및 15종의 양서ㆍ파충류, 64종의 조류 및 31종의 어류, 육상곤충 223종 등 다양한 동ㆍ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종 다양성과 생태적 가치가 이 일대의 국가 습지 지정의 당위성을 제공해 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천혜의 생태적 환경은 대전 도심을 가르는 하천 구간중 유일하게 자연하천의 모습을 간직하고 육상생태계와 맞닿아 흐르는 이곳에서만 발견할 수 있다.

때문에 도심 속 전혀 다른 도심의 모습을 간진한 이곳을 찾는 시민들의 발길도 적지 않다. 이곳에서 만난 박완응(58ㆍ여ㆍ서구 변동)씨는 “다른 곳에서는 도시 안에서 이렇게 물과 산세가 어우러진 곳을 찾기 힘들다”며 “시간 날때 마다 자주 산책을 나온다”고 말했다.

하지만 머지 않은 곳에 육중한 교각이 모습을 드러내며 시선을 가로막는다.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동서 관통도로의 모습이다. 환경 전문가들은 도로 건설로 인한 생태계 교란과 서식 환경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교각을 지나 숲과 하천 사이를 가로지르는 좁다란 오솔길을 따라 안으로 들어서자 자연형 하천의 모습이 보다 선명하다. 'S'자로 굽이치는 하천 본류 주변에서 발견되는 물웅덩이는 습지 생물들에게 좋은 서식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조금 더 상류 쪽으로는 하천변에 개사육장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국토관리청이 매입해 공원 조성을 계획하고 있는 곳이라 한다.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부장은 “이곳에 점차 사람들의 발길이 많아지고 있고, 도안신도시 개발이 완료되면 보다 많은 개발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며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해 관리하는 것이 개발 압력으로부터 이곳의 생태계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종섭 기자 no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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