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령 유통회사를 설립한 뒤 4년간 전국을 무대로 수십억 원의 농산물을 빼돌린 일당이 경찰에 붙잡힌 가운데 12일 대전지방경찰청 브리핑룸에서 경찰관계자들이 압수품을 공개하고 있다. 손인중 기자 dlswnd98@ |
유령 유통회사를 설립해 65억원 상당의 농·수산물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대전지방경찰청 수사2계는 12일 전국을 무대로 물품사기행각을 벌인 황모(56)씨를 사기혐의로 구속했다. 공범인 정모(52)씨 등 4명은 불구속 입건, 윤모(62)씨 등 5명은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황씨 등은 피해자 김모(45)씨에게 지난해 12월 16일 700만원어치 버섯을 주문, 대금을 지급해 신용을 얻은 후 지난 1월 14일께 중구 석교동 중부상사로 1억3000만원 상당의 농산물을 받아 도주한 혐의다. 황씨의 이같은 수법에 사기를 당한 피해자만 2008년부터 최근까지 108명, 피해금액은 65억원에 달한다.
물품사기단은 범행을 위해 유령회사를 정상회사처럼 둔갑시키는 치밀함을 보였다.
거래 초기는 현금거래를 하며 신용이 있는 업체인 척 속여왔고 대거 물품을 받은 후 도주하는 수법을 썼다. 회사들은 세무서에 사업자등록을 내고 정상적인 계산서 등 영수증처리까지 하며 피해자들을 속여왔다. 반복된 거래로 피해금액이 커 부도가 난 피해자도 발생했다.
속칭 초기진열품이란 수법으로 물품을 받는 창고에 진열품을 전시해 피해자에게 정상회사인 것처럼 속여왔다. 범행장소는 고속도로 주변에서 대형 화물차량으로 작업하며 대로변에 인접한 창고를 선정했다.
모집책들은 피해자들을 인터넷, 생활정보지 등 광고를 보고 전화로 주문하는 방법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사기단의 범행수법도 철저했다.
사기단은 총책, 피해자 모집책, 장물 처분책, 바지사장 등으로 역할을 나눴고 채지사장은 최대 40%, 기타는 역할에 따라 수익을 분배했다.
이들은 창고째 들고 잠적하는 일명 '창고 떼기' 작업을 위해 각자 역할을 담당할 피의자를 데려왔고 서로 가명을 사용했다.
피의자 상호 간에도 서로 알지 못하는 점조직 형태로 운영됐다.
총책인 황씨는 범행기간 동안 대포전화를 사용하며 피의자 일부가 검거돼도 추적할 단서를 남기지 않았다. 도주 시는 범행현장에 지문이 남지 않도록 청소를 하고 달아나는 세심함도 보였다.
경찰은 장물을 처분하는 범행현장에서 피해품 1억7000만원 상당을 압수조치했다.
대전지방경찰청 육종명 수사2계장은 “피의자가 처분한 장물의 유통경로를 추적하고 있다”며 “피해자들의 피해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장물업자를 추적해 여죄를 수사중이다”라고 밝혔다.
조성수 기자 joseong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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