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농혁신 기본계획이 수립된 지 10개월이 지났다. 농어업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도내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농어업의 특성상 아직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활력이 되살아나는 모습은 여기저기서 확인된다. 3농혁신 추진 우수 사례와 희망을 찾은 농어업 현장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학교 급식체계 개선만으로도 농어업을 살릴 수 있다는 희망이 싹 트고 있다. 희망을 현실화한 것은 지난해 4월, 전국 최초로 문을 연 당진학교급식지원센터다.
당진 지역 12개 농협 및 축협, 낙협 등으로 구성된 유통전문회사 해나루공동조합사업법인이 설립한 급식지원센터는 기존 민간 급식업체를 중심으로 한 '입찰' 방식의 학교급식 체계를 단순화했다.
민간 급식업체의 참여를 배제하고 당진시내 89개 초ㆍ중학교에 식재료 전품목을 일괄 공급한 것이다. 학교에서는 필요한 식자재를 급식지원센터에 미리 주문하기만 하면 당일 아침,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받아 조리하기만 하면 된다. 비용과 시간이 절약돼 급식의 질도 높아졌다.
지역 농가도 신이 난다. 확실한 판매처를 확보해 농산물 재배에만 신경을 쓰면 되기 때문이다. 계약재배에 참여한 농가는 지난해 295농가에서 올해는 770농가로 늘었다. 재배 면적도 2만9000㎡에서 152만8000㎡로 늘어 급식 공급에 필요한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됐다. 출발은 학교급식이지만 기타 공공 기관 및 민간업체의 급식 재료 공급망도 구축하게 됐다.
당진학교급식센터는 현대제철과 지역 농산물 공급 협약을 추진해 오는 7월부터 4000여명 규모의 급식 식자재를 공급하는데 합의했다. 이로 인해 연간 13억원의 매출 향상 효과가 예상된다. 이는 곧 당진 지역내 농산물의 판매 향상으로 이어져 지역 농어업의 성장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충남의 대표 쌀 브랜드 '청풍명월'은 품질이 크게 개선돼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이름도 청풍명월 '골드(Gold)'로 업그레이드됐다.
지난 달 4일 출시 행사를 갖고 본격 판매가 시작된 '청풍명월 골드'는 삼광벼를 단일품종으로 사용한다. 또 품종순도 100%, 단백질 함량 6%이하인 '수' 등급, 완전립 비율 94% 이상의 등급 판정을 받아야만 '청풍명월 골드'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
쌀 품질 고급화를 선언한 이유는 변화하는 쌀 시장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다.
올부터 쌀은 개정된 양곡관리법의 등급표시에 따라 쌀 등급을 1~5단계로 나눠 표시해야 한다. 검사를 받지 않은 쌀은 미검사로 표시된다. 또 내년부터는 단백질 함량도 수, 우, 미 3등급으로 표시해야 한다.
우수 등급의 쌀 생산을 위해 도내 17개 농협RPC에서 종자소독에서부터 비료주기, 농약살포, 건조, 도정 등 규정된 생산, 가공 매뉴얼을 준수하는 농가만 대상으로 계약재배할 예정이다. 또 품질관리 위원회를 구성하고 타 지역쌀을 사용하거나 양곡관리법을 위반한 농가는 즉시 퇴출시키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운영해 철저한 품질 관리를 시행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올해 1만8000t을 첫 출시하고 매년 단계적으로 출하량을 늘려 2015년에는 5만t(도 생산량의 6%)까지 생산량을 늘려나가기로 했다. 출시와 함께 대형마트와 백화점 161곳에 입점을 마쳐 전국판매망도 구축했다.
▲세계로 수출되는 예산 황토사과
예산 황토사과의 역사는 80여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넓은 황토지대와 기후는 사과 생산에 적지로 꼽혀 오랫동안 예산을 대표하는 과수로 성장해 왔다. 1960년대에는 예산농업고등학교가 대대적으로 사과나무를 보급하면서 충남지역에서 생산되는 사과의 49%를 생산하는 사과의 고장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단순하게 1차 재배하는 사과만으로는 소득에 한계가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재배방법을 간편화했다. 전지, 전정, 적과, 착색작업, 수확방법 등 사과 재배에 필요한 작업 과정을 대폭 개선했다. 모두 수작업으로 이뤄지던 작업이 간편해지면서 노동력은 3분의1로 줄어들었고 덩달아 농가 소득도 올라갔다. 이와 함께 해외수출에 눈을 돌리면서 새로운 시장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나섰다.
2009년에는 뉴질랜드, 2010년에는 네덜란드 업체와 잇따라 계약을 체결해 수출에 나섰고 현지방문을 통해 우수 재배기법도 배워왔다. 또 최근에는 스위스 업체와 글로벌마케팅 계약을 체결해 수출 무대를 확장하고 2014년부터는 일본, 대만, 동남아시아로도 수출할 계획이다.
▲유통마진 없앤 돼지카페
보령 청소면 (옛)청웅중학교 부지에 자리잡은 '돼지카페 마블로즈'는 농민이 직접 생산에서 판매까지 하며 유통 마진을 줄여 소득을 높이는데 성공했다. 지역의 40여 양돈농가들이 공동출자한 서부충남고품질양돈클러스터 사업단이 운영하는 '돼지카페 마블로즈'는 총사업비 17억원을 투입해 직영식당과 홍보관, 교육장, 체험관, 직영매장, 가공장, 농민장터 등을 갖추고 지난해 10월부터 본격 운영되고 있다. 오메가3를 함유한 돼지고기를 개발하고 '마블로즈'라는 이름으로 특허출원해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곳이다.
직영식당에서는 하루 평균 150여명의 고객이 다녀가 180만~19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오메가3함유 돼지고기 직영매장에서는 100여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또 홍보관에는 돼지가 더럽다는 소비자의 고정된 의식을 전환하기 위해 돼지가 태어나고 사육되는 과정을 영상과 관련 자료로 보여줘 돼지산업에 대한 현황을 쉽게 이해하고 국내산 돈육에 대한 이미지 개선에 힘을 보태고 있다. 육가공공장에서는 돼지 전ㆍ후지(비선호 부위)를 활용 개발한 수제 소지시와 햄을 직영매장 2개소를 통해 고품질 돈육을 판매하고 있다.
특히 충남도와 보령시, 홍성군, 축산물품질평가원, 농업기술센터, 단국대학교, ㈜함컨설팅, 영농조합법인 농가원 등이 네트워크를 구축해 추진하는 융복합 사업 모델로서도 눈길을 끌고 있다.
▲전국 생산량 절반 차지하는 금산추부깻잎
금산의 밤은 어둠에 쉽게 물들지 않는다. 깻잎을 재배하는 비닐하우스에 밤새 불이 켜지기 때문이다.
금산 깻잎은 전국 생산량의 44%를 차지하며 인삼에 이어 금산 제2의 소득작목으로 성장했다.
소비자들로부터 사랑을 한 몸에 받은 결과 3대 대형 할인마트에 입점하는 성과도 거뒀다.
이로 인해 금산ㆍ추부깻잎의 지난해 연간소득은 350억원을 돌파했다. 이는 2010년에 비해 31억원 증가한 것으로 지역 농업의 판도변화를 가져왔다.
전국적으로 농업인이 감소하는 것과 달리 금산지역의 깻잎농가 수는 오히려 늘었다. 2010년 2177농가였지만 2011년에는 2303농가로 126농가 증가했다.
깻잎농가당 소득도 무려 30%나 증가해 2010년 1470만원에서 2011년 185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일반깻잎 보다 1.4배 높은 가격에 출하되고 있는 GAP인증 깻잎의 증가가 소득증대를 견인했다.
해외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어 2011년에만 캐나다, 미국, 일본 등에 5만4492달러의 깻잎을 수출했다. 이는 전년대비 8배 증가한 것이다. 올해는 10만달러 수출을 목표로 잡았다.
앞으로 생산과 유통, 가공의 과정을 하나로 통합하는 일괄 시스템을 구축하고 다양한 가공식품을 개발할 계획이어서 농가 소득 수준은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시우 기자 jab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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