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경태 대전이문고 교사 |
그럼 스토리텔링이란 무엇인가. 스토리텔링은 글자 그대로 '이야기하기'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 쓰임에 따라 청자가 화자의 이야기에 참여하는 것을 포함하는 더 넓은 의미가 있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스토리텔링은 본래 게임이나 판매 영업, 브랜드 홍보 등에 주로 쓰이는 기법인데, 이것을 이제야 교육에 적용하는 것이라고 폄하한다. 그러나 스토리텔링의 원리나 성격을 알지 못했어도 스토리텔링을 활용해 상대를 공감시키고 감화시키는 교육을 우리는 이미 아주 오래전부터 해왔다. 어린 시절 할머니, 할아버지들로부터 구전되는 옛날이야기 즉 신화, 전설, 민담 등을 들으며 감동하지 않았던가. 이처럼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일어난 이야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하고 싶어 하고, 또 나와는 다른 사람들의 다른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
이렇게 유서 깊은 스토리텔링은 현대의 입시에서도 아주 중요한 핵심이다. 서울대학교가 2013학년도부터 수시모집에서 입시 정원의 80%를 뽑고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고입과 대입 모두 앞다투어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확대하고 있다. 그런데 입학사정관제는 교육 정책에 의해 명칭은 바뀔 수 있지만, 그 기본 방향은 그대로 유지된다는 것이 교육 전문가들의 의견이고, 그 입학사정관제에서의 중심에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이 자리한다. 입학사정관제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입시 전형으로 성적뿐만 아니라 자기소개서, 추천서, 학업계획서, 포트폴리오 등을 중시한다. 따라서 이것들에 신뢰를 줄 수 있는 오직 나만의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
대학은 현재 잠재력이 뛰어나고, 지원 동기가 분명하며 진로계획이 구체적인 사람을 원한다. 따라서 자신이 앞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하는 것을 서류와 면접을 통해 진솔하게 스토리텔링 하는 것이다. 나만의 스토리텔링이 화려한 스펙을 이긴다. 상대에게 신뢰를 주는 가장 빠른 것이 개인의 역사(history)를 숨김없이 보여 주는 것이다. 그 역사는 바로 그의 스펙(his spec)이 아니라 그만의 이야기(his story)다.
김부식의 『삼국사기』와 일연의 『삼국유사』는 사람들이 원하는 스토리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전자는 삼국의 정사라고 평가되고 후자는 삼국시대의 야사라 불리지만, 전자는 보물 525호로 후자는 국보 306호로 지정됐다. 개인의 스토리를 중시한 후자가 왕과 귀족 등 당시 유명인사의 스펙으로 가득 찬 전자를 제친 것이다. 이렇듯 스토리텔링에 대해 관심이 높아진 것은 우리 삶의 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컴퓨터의 발달과 디지털 기반 기술, 사회적 네트워크 미디어, 모바일 기기의 생활화 등 문화적, 사회적 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기계화, 첨단화될수록 인간적인 공감과 감동이 필요했다. 어쩌면 현대가 디지로그(Digi-log)적인 삶을 요구하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오늘부터라도 나는 부끄러움 없는 나만의 역사를 써야겠다. 나의 숨겨진 잠재력을 찾고 개발해 감동적인 스토리를 지닌 더 큰 사람으로 거듭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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