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지역 생태계의 보고 라해도 과언이 아닌 월평공원 습지의 보호구역지정이 시민단체와 지역주민들의 염원에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김상구 기자 ttiger39@ |
국가 하천인 갑천을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하기 위해서는 관리 주체인 국토해양부와 협의를 거쳐야 하지만, 국토부는 하천 구역 내 습지보호구역 지정에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단체와 지역 주민들은 이 지역의 습지보호구역 지정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11일 대전시에 따르면 지난 4월 환경부에 서구 월평공원과 인접한 갑천자연하천구간에 대한 습지보호구역 지정을 공식 건의했다.
이 지역은 도안신도시 개발에 따른 동서 관통도로 건설로 오랜 기간 마찰과 논란을 빚으며 주민들이 대책위를 구성해 환경 보전을 요구해 왔던 곳이다.
하지만 논란 속에서도 관통도로 건설이 추진됐고, 주민과 환경단체의 요구가 계속됨에 따라 공사를 맡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용역을 발주, '월평공원ㆍ갑천지역 생태ㆍ경관보전지역, 습지보호지역 지정 타당성 검토 연구'가 진행됐다.
이 연구는 이 지역 생태계와 환경 보전 방안 등을 수립하기 위한 것으로, 지난해 말 발표된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갑천 습지는 멸종 위기종이나 희귀종이 다수 서식하고 있어 전체적으로 보전 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러한 연구 결과에 따라 대전시도 갑천자연하천구간의 습지보호구역 지정을 환경부에 공식 건의하기에 이르렀으며, 이 지정안은 현재 습지 지정을 담당하는 환경부 국가습지사업센터에서 검토단계에 있다.
대전시가 습지 지정을 건의한 구간은 가수원교에서 진잠천 합수부에 이르는 갑천의 좌우안으로, 면적은 113만㎡ 정도다. 이 일대가 국가 습지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일단 환경부의 검토 과정이라는 1차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환경부 국가습지사업센터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내부적 검토 단계에 있어 구체적 전망을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생태적 가치나 생물다양성 현황으로만 본다면 습지 지정의 기본적 요건은 갖춘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습지 지정은 생태적 가치만을 가지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적 고려 등 종합적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그 가능성에 대해서는 조심스런 입장을 나타냈다.
문제는 환경부의 긍정적 검토 결과가 나오더라도 습지 지정 과정에 적지 않은 난항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국토해양부 하천계획과 관계자는 “아직 협의된 내용이 없지만 기본적으로 습지보전법에는 하천 내 습지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근거가 없다”며 “갑천의 해당 구간 처럼 필요한 지역은 이미 보전지역으로 관리되고 있기에 별도로 습지보전지역을 지정하는 것은 원칙상으로도 불필요해 보인다”고 습지지정에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하지만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는 해당 지역의 생태적 우수성을 지키고 추가적인 훼손을 막기 위해서는 습지보호지역 지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력히 피력하고 있다.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부장은 “기존의 하천보전지구는 구속력에 있어 습지보호지역과는 큰 차이가 있기에 얼마든지 준설 등으로 인한 추가 훼손이 가능하다”며 “이미 생태적 가치가 인정된 만큼 이곳을 개발 압력으로부터 지키기 위해서는 습지보호지역 지정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종섭 기자 no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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