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미란]모성이 병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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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미란]모성이 병들고 있다

[직선곡선]황미란 편집팀 차장

  • 승인 2012-06-11 14:11
  • 신문게재 2012-06-12 21면
  • 황미란 편집팀 차장황미란 편집팀 차장
먹이고 재우고 기저귀 갈고… 갓난아기 키워본 평범한 엄마라면 누구나 한번쯤 느껴봤을 육아의 고단함. 하지만 곤히 잠든 아기의 배냇짓 한번이면 그런 고단함쯤은 한순간에 사그라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런 소소한 행복을 모르는 부모들이 점점 늘고 있다고 한다. '떼쓰며 운다'는 이유로 태어난 지 몇 개월 안된 젖먹이를 방치하고 심지어 학대하기까지 하는 젊은 부모들.

며칠전 보건복지부 발표에 의하면 아동학대의 80%가 가정에서 친부모에 의해 일어나고 또 3세 미만의 영유아에 대한 아동학대 가해자 69%가 친엄마라고 한다. 잊을만하면 들려오는 아동학대 관련 보도들이지만 통계수치로 확인하게 되니 새삼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모성거부증후군(출산한 어머니가 육아를 거부하는 증상)에 집단 감염이라도 된 것일까. 게다가 며칠전에는 TV 고발프로그램을 통해 충격적인 이야기를 접했다.'개인 입양'이라는 이름으로 인터넷을 통해 성행하고 있는 신생아 거래. 주로 미혼모나 혼외임신으로 인해 태어난 갓난 아기들이 거래의 대상. 이 과정에서 브로커가 등장하고 아기 한 명당 500만원에서 1000만원 사이의 가격까지 형성돼 있다고 한다. “다른사람에게 아기를 넘길 생각인데, 병원비와 산후조리비까지 있으니 기왕이면 돈을 더 주는 사람을 찾고 있다.” 자신의 아기를 앞에 두고 매대 위의 물건을 흥정하듯 스스럼 없이 요구사항을 쏟아내던 30대 여성. 입에 풀칠하기도 어렵던 시절, 그저 내 자식이 잘 먹고 잘 살기만을 바라며 눈물바람으로 남의 집 '업둥이'로 내줘야만 했던 우리 부모세대. 그 애처롭던 모성이 그녀에게는 애당초 존재하지 않았던 것일까?

물론 아동학대의 대부분이 편부나 편모 등의 한부모 가정에서 일어나고 신생아 거래에 뛰어든 여성 대다수가 미혼모나 혼외임신 등 원치않는 상황에서 출산한 여성들이라고 하니 “산후 우울증과 육아 스트레스 때문”, “먹고 살기 막막해서”라는 항변이 한편으로는 이해도 가고 또 제법 설득력 있게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린자녀를 상처 입히고 물건처럼 흥정하는 행동이 정당화되거나 그 잘못이 용서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땅의 젊은 엄마들의 모성이 병들어가고 있다. 이들에 대한 가족과 사회의 관심이 절실한 때. 육아에 지친 아내를 돕는 남편의 따뜻한 손길과 닫힌 마음을 열여 줄 이웃의 다정한 말 한마디가 필요하다. 우리 아이들에게 모성거부증후군을 대물림하지 않을 수 있는 최고의 예방약이 될 수 도 있으니 말이다.

좁은 엘리베이터 안에 웅크린채 눈물을 훔치는 소년. 모 일간지에 실린 사진 한 장이 가슴 아픈 하루다. 가정이 바로서고 사회가 건강해져 부디 아이들이 부모로부터 버림받지 않고 세상으로부터 상처받지 않는 그런 세상이 오기를 소망한다.

황미란ㆍ편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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