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된 노하우를 악용해 중간에서 환자를 빼돌리는가 하면, 해외에 설치한 현지사무소 인근에 같은 내용의 현지 사무소 설치를 시도하는 등 수법도 가지가지다.
수도권의 유명 대형 병원들이 지역병원들의 방법을 활용해 시장에 뛰어들고 있어 '재주는 지역병원이 부리고, 돈은 수도권 유명 병원이 챙기는 꼴'이다.
대전의 A병원은 해외에 진출한 국내 대기업과 협약을 맺어 '포상 의료관광'이라는 의료관광 시장의 새로운 분야를 발굴했다.
대기업의 VIP나 대기업 직원들을 대상으로 해외건강 검진을 '포상'으로 시켜준다는 개념으로 해외환자유치의 새로운 '블루 오션'이었다.
이 병원은 중국에 국내 굴지의 회사와 오랜시간 공을 들여 협약을 맺었고, 올해초부터 해외환자 건강검진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서울의 한 유명 병원은 이들 대기업에 좀 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고, 환자를 서울로 유인했다. 우여곡절 끝에 대전으로 환자들이 다시 들어오기 시작했지만, A의료기관은 자신들의 새로운 분야를 홍보성으로 공개했다가 이같은 피해를 당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 병원은 해외 환자들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지만 내놓고 홍보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지역병원은 몽골 현지의 종합병원에 해외환자 유치를 위한 사무소도 개소했지만, 수도권의 B병원이 같은 종합병원에 현지 사무소를 설치하는 것을 요청하는 등 '상도(商道)'를 넘어서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문제는 지방병원의 경우 국내 환자의 수도권 유출도 심각하지만, 해외환자까지 수도권에 빼앗길 상황이어서 지역 병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지역병원 관계자는 “해외환자 유치 분야가 병원들에게는 새로운 시장이다보니, 잘되고 있는 다른 자치단체나 병원들의 노하우를 많이 활용하고 있는 것 같다”며 “해외환자가 꾸준히 들어오고 있고, 새로운 분야 발굴이 이뤄지고 있지만, 사실 외부로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는 것 자체도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역병원 관계자는 “문제는 자치단체마다 경쟁적으로 해외환자 유치에 뛰어들다보니 잘 안되는 지역은 잘되는 지역의 노하우를 빼앗아갈 수 밖에 없다”며 “국내 병원끼리 이러한 행동을 하는 것을 보고 해외 환자들이 어떤 생각을 하겠느냐”며 질책했다.
한편 대전시 복지여성국장과 지역병원 관계자 등은 8일 동남아 지역에서 해외환자 송출 협약을 체결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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