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정자 한국 춤 무리 대표 |
운동 전 충분히 스트레칭도 해 주었고 더더욱이 일주일에 3~4일은 춤 연습 내지 스트레칭으로 충분히 몸의 유연성을 지켜주는 생활이었기에 스스로 적잖이 놀랐던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지난 2월, 사라예보 외국 공연에서도 그랬던 것 같다. 그때는 공연 중 그 증상이 와 치마 속에서 근육을 풀면서 해 내느라고 부단히 애썼고 다행히 관객은 알아채지 못했다. 그리고 두 번째 작품 시에는 아예 발을 옵 쪼이는 버선을 벗어 던지고 춤을 추어서 그런지 그 증상은 오지 않았었다.
그러나 그날 밤, 낮의 증상이 가볍게 온 것이라 그런대로 넘겼다 한다면 밤의 증상은 보다 강도 있게 와 '아악' 소리를 지를 정도로 크게 왔다. 함께 룸을 쓰던 교수님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그 위기를 넘기고 나서도 그 공연 여행 내내 남겨진 잔여 통증의 크기 만큼 의기소침해져 있었던 것 같다. 그 기억이 있기에 이번에 또 그 증상을 당하니 그 받아들여지는 마음이 두 배로 더 커졌던 것 같다. 이제는 할 수 있는 것이 자꾸만 줄어드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에서 였을 게다. 그러면서 나이가 든다는 것은 시도 때도 없이 여러 가지 형태로 순간순간 닥쳐오는 위축감과의 싸움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전공과는 상관없는 다른 분야의 선생님들과의 만남에서 나의 그 위축감을 이야기했다. 마음속에 담아두면 병이 될까봐…. 그러나 그들 말. 자신들은 라운딩 도중에도 쥐가 나고 운전대를 조금만 길게 잡아도 그렇다고 한다. 나 보다 어린 친구들인데도 말이다. 그러고 보니 고교 시절에도 종종 그랬던 것 같다. 늘 무용 연습으로 몸은 지쳐 돌아 왔었고 그 연습을 다른 날보다 많이 했다. 한날은 꼭 그랬던 것 같았는데 오래전의 일이라서 그런지 그 기억은 다 잊어버리고 이제는 모든 것을 나이 탓으로 돌리려 하는 지금 현재의 내 마음이 문제였다고 한다면 억지 위로일까? 분명 나이 탓도 있을 텐데 말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었다고 모든 걸 나이 탓으로만 돌리기엔 그동안 학습 되어온 긍정에서 벗어나는 게 될 것 같아 스스로 용납이 안된다. 그래서 좋은 쪽으로 생각 하기로 했다. 피해 갈 수 없으면 즐기라고 자연의 법칙에 그냥 순응해 가면서 말이다. 아직은 내 의지대로 이루어지는 게 더 많으며 다시 젊은 청춘으로 돌아가라 한다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아니라고 이야기 할 정도로 지금의 평온에 만족을 하고 있지 않는가 말이다. 뜨거움과 열정. 그러기에 실수와 고뇌도 많았던 그 젊은 날의 시기보다는 지금 뜨겁지는 않으나 잔잔한 제 3막의 인생을 살면서 나름대로의 꿈을 위해 차근차근 접근해 나가는 오늘 날 이 있지 않는가 말이다. 잃는 게 있으면 얻어 지는 게 있다는 그 간단한 진리를 순간 잊었던 것 같다. 비록 내 의지 하고는 상관없이 불수의 근으로 반응해 오는 몸의 변화가 점점 더 많아져 간다 하더라도 어떠랴. 딱 그 만큼의 지혜로움과 평온함이 내안에 나를 지배해 나 갈 텐데 말이다. 그러니 이 세상에 스스로 나이 들었다고 생각하는 모든 이들이여. 그리고 남은 삶이 장밋빛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무지갯 빛으로는 채색 해나갈 준비가 되어있는 모든 벗들이여. 우리의 남은 아름다운 날들을 위해 건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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