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두 지방자치단체의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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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두 지방자치단체의 혁신

[월요아침]김재영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 승인 2012-06-10 13:28
  • 신문게재 2012-06-11 20면
  • 김재영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김재영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 김재영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 김재영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잘 나가는 기업은 두 종류로 나뉜다. 하나는 그냥 잘 나가는 기업이다. IBM, 삼성, 네이버가 그렇다. 다른 하나는 세상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기업이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이 이에 속한다. 잠시 애플만 들여다보자. 애플을 창업한 스티브 잡스는 개인용 컴퓨터(PC) 시대가 올 것이란 확신을 가졌다. 모두들 컴퓨터는 회사에서 업무용으로 쓰는 기계일 뿐이라 생각하던 시절이었다. 1976년 차고에서 만든 애플I은 획기적인 컴퓨터였다. 그럼에도 이를 추가 생산하지 않고 더 나은 제품 개발에 몰두했다. 이듬해 파격적 디자인의 애플Ⅱ를 출시했다. PC라는 없던 시장을 개척한 것은 물론 매출 확대에 골몰하기보다 제품 향상을 우선하는 태도, 바로 이런 게 혁신이다.

애플은 잠자는 거인 IBM을 PC시장에 뛰어들지 않을 수 없게 했다. 덕분에 컴퓨터는 둔탁한 기계덩어리에서 책상 위에 가뿐히 올려놓을 수 있는 데스크탑으로 변모했다. 오늘날 컴퓨터는 호주머니 속에 들어가는 스마트폰, 한 손에 쥐고 다닐 수 있는 태블릿PC로 진화 중이다. 이 역시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잇달아 출시한 애플에서 비롯되었다. 혁신은 이렇게 세상의 기준을 바꾸어 놓는다.

더 작아지고 더 편리해지고 더 똑똑해진 컴퓨터들이 네트워크로 연결되면서 인터넷 세상이 열렸다. 신문이나 TV와 같은 매스미디어 환경에서는 정보가 일방으로 유통되었다. 불특정다수를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매개체로 제격이었다. 인터넷, 특히 SNS는 패러다임 자체가 다르다. 이성과 설득이 아니라 공감과 교감의 공간인 것이다. 인프라가 바뀌자 그 안에서 형성된 제도와 문화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홍보(Public Relations, PR)의 경우, 과거에는 언론관계에 비중을 두고 '피(P)할 건 피하고 알(R)릴만한 것만 알린다'는 식의 접근이 주를 이루었다. 기업이나 관공서는 사안을 과장하거나 숨기는 전략을 구사하기도 했다. 오늘날에는 PR전략보다 관계전략을 중시한다. 사람과 사람이 그물망처럼 촘촘히 연결된 소셜미디어 환경에서는 알리는 것보다 인연을 맺는 게 핵심이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꼼수나 술수를 부리는 기능적 접근이 통하지 않게 되었다. 실제 아르바이트생 10만 명을 고용해 동원한 여론보다 단 한 명의 진심어린 목소리가 더 강력한 울림을 갖지 않던가. 공감을 산 의견은 100만 명, 1000만 명에게 삽시간에 퍼지는 세상이다. 이제 소통의 패러다임은 공학에서 공감으로 바뀌었다. 사실 이는 전략이 아니라 철학의 변화다.

환경변화에 민감한 기업은 물론이고 공공행정기관도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데 발 벗고 나섰다. 아무래도 공공행정기관은 기업에 비해 변신이 쉽지 않다. 관료주의가 뿌리 깊게 자리 잡은 탓이다. 그럼에도 최근 두 지방자치단체에서 선보인 혁신적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

서울시는 시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겠다는 취지에서 통상적으로 개최하던 '정책세미나'의 명칭을 '청책세미나'로 바꿨다. 할 말이 있는 이에게 발언권을 주고 그에 귀 기울이면, 사람을 고무시키고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다는 새로운 경제원리, 리스노믹스(listenomics)를 연상케 한다. 공무원들에게 반바지와 샌들을 착용케 하는 '쿨비즈'도 신선하다.

충남도는 공식 홈페이지 '충남넷'을 전면 개편했다. 도민과 직접 소통하는 플랫폼을 뜯어 고친 것이다. 무엇보다 딱딱한 행정정보 위주의 천편일률적 시스템에서 탈피한 게 눈길을 끈다. 대신 충남 구석구석의 생생한 소식을 전면에 내세웠다. 충남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글을 올리고 이 글들이 충남도의 얼굴이 되도록 했다. 파격이다. 공공행정기관 입장에서 꺼릴 법한 참여의 문을 활짝 열었기 때문이다.

두 지자체의 혁신이 어떤 성과를 내고 얼마나 파급력을 일으킬지 확언할 수 없다. 분명한 건 혁신의 기조가 경청과 참여ㆍ개방이라는 시대정신과 정확히 조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결과의 효율성만 중시하는 기업과 달리 과정에서도 모두를 만족시켜야 하는 행정과 정치의 기본에 입각한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두 지방정부의 혁신이 공공행정 영역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계기가 되리란 희망 섞인 기대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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