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메테우스'는 누가, 왜 인류를 창조했는지를 묻는다. 2089년, 인간이 외계인의 유전자조작에 의해 태어났다는 증거들이 속속 발견되면서 인류의 기원을 찾기 위한 탐사대가 꾸려진다. 우주선 프로메테우스호를 타고 외계 행성에 도착한 탐사대는 미지의 생명체와 마주하게 되고 엄청난 충격과 공포와 맞닥뜨린다.
프롤로그부터 시선을 압도한다. 광활한 우주와 외계 행성 그리고 독창적인 우주선의 모습과 스케일은 그야말로 매혹적이다. 당대 최고로 꼽히는 비주얼리스트의 솜씨답다. '프로메테우스'를 보러 영화관으로 이끈 힘은 리들리 스콧이라는 이름이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SF영화의 걸작 '에이리언'(1979)과 '블레이드 러너'(1982)를 만든 이후 SF와 멀어졌던 그를 30년 만에 SF장르로 복귀하게 만든 강력한 동인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하는 궁금증이었다.
리들리 스콧은 한 인터뷰에서 그것이 '스페이스 자키'였다고 말했다. '에이리언' 1편에서 주인공들이 LV-426 위성을 탐사하던 중 거대한 우주선으로 들어서게 되고 화석처럼 굳어버린 거대한 외계인 비행사의 시체를 발견한다. 그게 스페이스 자키다. 스콧은 “'에이리언' 2, 3, 4편이 왜 스페이스 자키를 건드리지 않았는지 의문이 생겼다. 질문은 계속 남아있었다. 대체 저 거대한 놈은 누구인가? 그는 어디에서 왔는가? 수많은 질문들 말이다.”
'프로메테우스'의 출발점이 '에이리언'이었다는 것이다. 스콧은 '프로메테우스'가 '에이리언'의 프리퀄(전편보다 시간상으로 앞선 이야기를 보여주는 속편)이 아니라고 극구 부인하지만, 6일 공개된 '프로메테우스'는 '에이리언'의 아주 충실한 프리퀄이었다.
'에이리언'의 지문은 곳곳에서 확인된다. 괴생물체가 담긴 달걀 모양의 옹기는 에이리언의 알을 연상시키고, 우주탐사에 초거대기업의 꿍꿍이가 숨어 있다는 음모론 역시 '에이리언'을 관통하는 에피소드다. 인조인간 데이빗의 알듯 모를 듯한 행보도 '에이리언' 시리즈에서 이미 봤던 것이고, 여성 과학자 엘리자베스 쇼의 활약은 리플리의 부활이다. 에이리언의 DNA가 흐르는 생명체와 거대한 창조주 스페이스 자키들이 도사리고 있는 '프로메테우스'의 세계는 '에이리언'식 공포를 스멀스멀 전염시킨다.
누가 왜 인류를 창조했는가? 행성에서 발견한 문명의 흔적은 과연 창조주의 작품인가? 인간을 창조한 존재가 있다면 그 존재는 누가 만들었을까? 꼬리를 무는 의문이 지적 호기심을 자극한다. 급기야 의문은 인류를 만든 창조주는 왜 인류를 말살하려 하는가를 묻는데 이른다.
그래서 그에 대한 답은? 마지막 내레이션은 “아직도 해답을 찾고 있다”고 들려준다.
인류 기원에 대한 미궁 속으로 끌어들여 충격적 진실을 보여주는 듯했던 영화는 SF영화로서의 본분과 신화의 기원을 재해석하는 것 사이에서 끊임없이 주저하다가 숱한 의문만 남긴 채 서둘러 끝맺는다. 신의 영역을 건드렸다가 외계생명체들의 공격을 받는 공포로 귀결되는 스토리는 '신에 대적하지 말라'는 프로메테우스 신화 식의 교훈일까. 마무리가 좀 실망스럽지만 거대한 스케일과 숨 막히는 긴장감, 눈을 뗄 수 없는 영상미는 압도적이다. 종종 3D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영상을 보여준다. 이왕 보는 것, 3D로 보기를 권한다.
안순택 기자 soot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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