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에 따르면 현재까지 천안공장에서 근무하다 백혈병과 뇌종양, 혈액암 등으로 투병 중인 전직 근로자는 모두 8명으로 이 중 3명이 숨졌으며 아산 탕정 공장도 제보자 3명 모두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천안공장에서 근무했던 윤슬기(여ㆍ31)씨가 지난 2일 재생불량성빈혈을 13년간 앓다가 숨졌다.
윤씨는 군산여자상업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1999년 6월부터 천안공장에서 근무하다가 입사 5개월 만에 중증 재생불량성빈혈로 쓰러졌다.
혈액암의 일종인 재생불량성빈혈은 방사선이나 벤젠 등 위험물질에 노출될 때 발병소지가 높고 80% 이상이 후천성이어서 윤씨가 LCD 패널 절단공정과정에서 묻어나온 화학물질에 그대로 노출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반올림은 주장하고 있다.
현재 천안공장 직원 3000여 명 가운데 100여 명이 윤씨와 같은 일을 해 해당 전ㆍ현직 근로자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또 A씨도 2008년 천안공장에서 근무하다 뇌종양 선고를 받고 2010년에 숨졌으며 아산 탕정 공장에서 설비엔지니어로 근무하던 연재욱씨는 2009년 생식세포증으로 사망했다.
투병 중인 전직 근로자 이모(여ㆍ28)씨는 천안공장에서 컬러필터 생산을 맡아오다 2년 전 다발성경화증 진단을 받았으며 김모씨도 만성골수성백혈병을 앓는 등 현재 5명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병마와 씨름하고 있다.
이처럼 천안과 아산공장에서 전직 근로자들이 잇따라 백혈병 등으로 사망하자 환경이 개선됐음에도 현장 근로자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삼성반도체 직업병 문제를 제기한 이종란 노무사는 “LCD 천안공장의 경우 초창기 생산라인은 설비테스트를 제대로 갖추지 않고 수동설비도 많아 문제가 많다”며 “2000년 이전에는 생산과정에서 사용하는 발암물질인 벤젠에 대한 규제가 없어 제보로 밝혀진 피해 근로자 이외에도 상당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2000년부터 작업 공정을 새롭게 하고 있다”며 “삼성 측은 작업장의 환경개선과 공기청정, 작업방법을 개선해 안전과 사원건강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답했다.
천안=김한준 기자 hjkim7077@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