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근거지에 힘껏, 바르게, 쓸모있는 배움터 세웠다

삶의 근거지에 힘껏, 바르게, 쓸모있는 배움터 세웠다

故 이병무선생 마지막 꿈은 '교육' 1986년 '새일고등학교' 설립 2010년 평준화 배정 첫 졸업생 서울대 등 수도권 대학 28명 합격

  • 승인 2012-06-06 13:29
  • 신문게재 2012-06-07 14면
  • 대담=오주영 문화부장ㆍ정리=윤희진대담=오주영 문화부장ㆍ정리=윤희진
[사학(私學) 그 뿌리를 찾아가다]6.이문학원
사진 오른쪽부터 이재광 이사장과 신용 교장, 이재홍 교감이 교정에서 법인과 학교발전 방안 등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부터 이재광 이사장과 신용 교장, 이재홍 교감이 교정에서 법인과 학교발전 방안 등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부지런함으로 시작하다.

1913년 천안 광덕면 쌍용리에서 가난한 농부의 4남매 중 셋째로 태어나 끼니를 거르며 어렵게 보통학교(현 초등학교)를 마친 어린 소년에게 중학교 진학을 꿈꾸는 것 자체가 사치였다. 지긋지긋한 가난의 굴레를 벗어날 길은 부지런함과 철저한 절약정신뿐이라고 생각한 어린 소년은 전국을 돌며 장사를 배우다가 대전의 중앙시장에 자리를 잡고 작은 철물점을 열었다.

1931년부터 대전 중앙시장에 자리 잡은 '풍국상사'는 2005년까지 75년간 신뢰를 바탕으로 같은 장소에서 영업했으며, 2001년 동구청으로부터 최고 장수 토박이 업소로 인증받기도 했다. 남다른 부지런함과 정직을 바탕으로 지독하리만큼 부지런히 일했다. 이젠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의 성공을 이룬 고(故) 이병무 선생. 그의 마지막 꿈은 교육이었다. 어린 시절을 생각하며 가난으로 공부를 포기하는 학생들이 생기지 않도록 학교를 설립하고자 뜻을 세웠다.

#대전에 터를 세우다.

처음엔 고향인 천안 광덕에 학교를 설립하려 했다. 1985년 학교 설립을 위한 부지 매입 등 제반 사항을 검토하던 중 심각한 경영난에 처해있던 신탄진중학교를 알게 됐다. 고민 끝에 신탄진중의 경영제의를 수락하고 1986년에 '새일고등학교'를 탄생시켰다. 새일은 신탄진의 옛 지명에서 따왔다. 신탄진을 순 우리말로 표현하면 새여울이다.

고향이 아니라 삶의 근거지인 대전에서 사학 경영을 시작한 것이다. 당시 신탄진은 대전시에 편입되기 전으로 충남 대덕군 신탄진읍 소재지였고, 신탄진중의 규모는 부지 9920㎡(3000평)에 15개 교실과 2개의 가건물이 전부로 교육적 환경이 열악했다. 고 이병무 선생은 재산 전부를 투자해 학교 부지를 1만9375㎡(5861평)로 늘렸고, 연차적으로 97개 교실을 증축했다.

특히, 1990년에 신축한 대죽체육관(2537㎡)은 지금도 대전에서 학교체육관으로는 제일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학생들의 체육은 물론, 지역사회의 크고 작은 행사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설립자의 호를 딴 대죽체육관은 오는 20일 리모델링 개관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숱한 어려움을 겪다.

새일고는 1986년 3월에 남자 일반계 고교로 개교해 174명의 신입생을 맞았다. 1988년에 남녀 공학(남자 5학급, 여자 2학급) 인문계 고교로 변경했다. 1991년 당시 노태우 정부의 실업교육 강화 정책에 따라 여자 상업계열 5학급을 증설해 인문계열과 실업계열이 공존하는 종합학교 형태(1991~2006년)로 운영했다.

1989년 대덕군이 대전광역시에 편입되며 새일고도 대전시 평준화 배정학교로 전환을 지속적으로 추진했지만, 오랜 시간을 비평준화 종합학교로 운영됐다. 한 학교에서 남녀 공학의 인문계 교육과정과 여학생 전문계 교과과정을 함께 운영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또 비적용지역 학교의 특성상 교육여건이 어려운 상당수의 학생이 대전 전역에서 모집되고, 때로는 충북 청주에서도 입학하기도 했다. 이때 교사들의 어려움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단다.

하지만, 시대적 요구에 따라 개설된 여학생 전문계열 5학급은 2005년 폐지됐고, 2006년 새일고가 대전시 평준화 지역 학교 편입이 결정되면서 전면적인 혁신 작업이 시작됐다.

#이문으로 다시 태어나다.

2007년 평준화 배정을 앞두고 법인이 변화에 주도적으로 나섰다.

기존의 낡고 나쁜 관행을 버리고 새롭게 개교하는 각오로 법인 명칭을 '해동학원'에서 '이문(以文)학원'으로 변경했다. 새일고의 교명도 '대전이문고'로 바꾸며 환골탈태를 시작했다. 충남대 교수가 추천한 이문(以文)은 '이문회우(以文會友)하고 이우보인(以友輔仁)하라'는 논어의 안연편에서 인용한 것이다. '글로써 벗을 모으고, 벗으로써 인을 도와라'는 의미로, 법인과 교직원의 교육에 대한 철학을 담고 있다.

설립자인 고 이병무 선생은 2002년까지 법인 이사장을 맡았다. 2003년부터 아들이 운영했고, 2009년부터는 설립자의 손자인 이재광(49) 이사장이 대를 이어가고 있다. 대전대성고 출신인 이재광 이사장의 이력은 독특하다. 현재 그의 직업은 한맥투자증권의 상무다. 전국 사학재단 이사장 중 아마 유일할 것이다. 애널리스트 1세대인 그는 '달마대사'라는 필명으로 매주 경제방송에 출연해 주식동향을 분석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변화에 성공하다.

2007년 평준화 시대부터 학교의 변화는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과거 법인과 학교의 부정적 이미지를 쇄신하는 데 주력했다. 인근에 사설학원도 없을뿐더러, 학원에 보낼 만큼 경제적 여유가 있는 가정도 많지 않다.

그래서 '이문아카데미'라는 특별반을 신설했다. 학년별로 성적이 우수한 30~40명 학생으로 구성된다. 학교 건물 별동에 개인 독서실까지 마련해줬다. 국어와 영어, 수학 교사로 구성된 전담교사팀을 배치했다. 이 팀에는 행정업무를 전혀 주지 않는다.

2010년 2월 평준화 배정 첫 졸업생(221명) 중 서울대 2명, 연세대 1명, 고려대 5명 등 수도권 주요대학 28명의 합격자와 충남대 등 지방 국립대에 52명이 합격하는 놀라운 성과를 얻었다.

대전시 인문계고 중 학업성취도 향상률 2위를 달성했고, 2010년 제1회 전국 교과교실제 우수학교 발표회 최우수상, 제2회 대회 전국 대상을 받으며 교과교실제 운영의 롤 모델학교가 됐다.

신용 교장은 “국가수준의 모의고사를 보면 학력이 가장 낮을 정도로 신탄진지역의 학력은 한계가 있었다”며 “하지만, 지금 우리는 올해 신입생 1차 지망률이 140%를 달성할 정도의 실력을 갖췄고, 이미지도 변모했다”고 말했다.

#'힘껏, 바르게, 쓸모 있게'. 미래 리더의 산실을 꿈꾸다.

대전이문고와 신탄진중은 설립자(고 이병무 선생)의 건학이념인 애국애족, 인화단결, 학력제고, 근검절약을 현대적 관점에서 구현하고, 창의력과 인성을 겸비한 인재 육성에 매진하고 있다.

이문학원은 학생과 학부모의 가치 실현을 교육의 최우선 목표를 두고 있다. 학생들에게 간절한 꿈과 도덕적이고 진솔한 목표를 설정하게 한 다음, 꿈과 목표의 실현을 위해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노력하도록 조력자 역할을 다하고 있다.

교과별 연구회를 통한 교원의 전문성 신장과 교실수업 개선, 교과교실제에 의한 수준별 수업, 맞춤식 진로지도를 위한 다양한 동아리 활동, 학부모 진로 코칭 강좌 개설 운영 등도 이런 맥락이다.

이재광 이사장은 “학생에게는 가고 싶은 학교, 학부모에게는 보내고 싶은 학교, 교직원에게는 머무르고 싶은 학교를 만들겠다”며 “이것이 이문학원의 마지막 종착역”이라고 말했다.

대담=오주영 문화부장ㆍ정리=윤희진ㆍ사진=이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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