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기범 씨앤유피부과 원장 |
서구화된 생활 방식이 그 원인 중의 하나다. 과거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생활환경이 좋아져 아이들은 흙을 밟고 뛰어놀 기회가 거의 없다. 약간의 감기 증세만 있어도 항생제 처방을 받곤 한다. 거기에다 각종 예방 주사를 철저히 맞다보니 면역을 튼튼하게 해 줄 수 있는 가벼운 감염성 질환을 모른 채 아이는 성장한다. 너무 깨끗하고 위생적인 선진국형 환경이 아토피를 일으키는 고알레르기 체질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아이 중에 음식 알레르기가 잘 생기고 주변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서 피부가 가렵고 붉게 부어오르는 것이 바로 아토피 피부염이다.
아토피 피부염이 오래 지속하면 아토피성 천식이 생기고, 청소년기나 성인기까지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고생하게 한다. 아토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지금의 사회 환경을 과거의 모습으로 돌리기는 불가능하다. 아토피를 위한 자연 체험 마을이나 아토피 캠프를 통해서 잠깐 아토피를 극복할 수 있는 환경을 접할 수는 있지만 평생 그런 환경에서 살 수 없지 않는가?
이러한 현실 속에서 모든 엄마들은 내 아이만큼은 건강한 아이로 낳고 아토피 없는 아이로 키우고자 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필자가 아토피 강좌를 할 때마다 참석자 중에 상당수가 임산부가 많은 것을 보면 엄마들의 마음을 쉽게 읽을 수 있다. 특히 아토피 경력이 있는 가임기 여성이나 임산부들은 심각한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내가 비록 아토피를 가지고 있지만, 우리 아기만큼은 아토피가 없는 건강한 아이로 낳을 수 있다면 어떤 방법이 있다 해도 못할 게 무엇이 있겠는가!
엄마가 아기를 임신하고 있을 때부터 아기의 체질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알레르기 의학계에서는 임신기부터 아토피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들을 연구하여 지속적으로 발표를 하고 있다. 그곳에서 권장하는 아토피 없는 아이 낳기 방법들을 알아보자. 우선 알코올 섭취나 흡연은 태아에게 아토피 발생률을 훨씬 높인다고 알려졌다. 여성 흡연이나 음주 인구가 날로 증가하는 현실과 아토피가 높아진 것은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임신 기간에 고알레르기 음식인 계란, 우유, 생선 등을 섭취하지 않는 엄마들이 종종 있는데 그렇게 한다고 아토피를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인스턴트식품이나 패스트푸드 섭취가 아토피 체질을 만드는 요인 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피하는 것이 좋다. 대신에 오메가-3 불포화지방산이나 유산균제제를 많이 섭취하고 야채와 과일을 즐겨 먹는 것이 아토피 예방에 좋다.
아기를 분만하는 방법에 따라서도 아토피 발생률이 달라진다. 제왕절개로 분만할 경우 자연 분만보다 알레르기가 더 많이 생긴다고 알려져 있어 가능하면 자연 분만을 하도록 한다. 물론 분만 후 모유 수유는 아토피 예방에 기본이다. 그러나 모유 수유를 하는 아이에게 아토피가 나타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는데 그런 경우는 알레르기 검사를 해서 엄마가 섭취하는 음식을 조절하면 된다.
영유아시기의 실내 환경도 아토피 예방에 중요하다. 집진드기가 아토피성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주원인이므로 진드기 퇴치 방법을 생활화하는 것이 좋다. 또한 생후 1살 이전에는 가능한 한 계란이 포함된 모든 음식을 피해주면 아토피 발생이 낮아진다.
아토피가 있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둘째 아이도 아토피가 생길지 몰라 더 이상 아기 낳기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이 본다. 저출산 고령화의 선진국형 사회를 진입하는 우리나라에서 아토피 때문에 저출산 경향이 더욱 심화된다면 심각한 국가적 문제에 직면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아토피 치료에 대한 연구도 중요하지만, 아토피 없는 아이 낳기 예방 연구도 또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아이들이 아토피 없는 튼튼하고 건강한 아이로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어른들이 만들어 주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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