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오전 대전지방경찰청 생활질서계 경찰관들이 서구 월평동의 한 불법오락실에서 단속작업을 벌이고 있다. 손인중 기자 dlswnd98@ |
“오늘 처음 왔어요. 다들 바다이야기, 바다이야기라고 하길래 호기심에 한번 온 것 뿐입니다.”
5일 오전 10시 10분께 대전지방경찰청 생활질서계 직원들이 서구 월평동의 한 불법게임장을 불시 단속했다. 경찰이 들이닥치자 안에서는 저마다의 항변과 하소연이 쏟아졌다.
이날 단속에 나선 경찰은 가장 먼저 게임장이 위치한 건물의 제일 위층과 입구를 막았다. 혹시 모를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서다.
꽉 막힌 게임장 입구를 해체하기 위해 한국자원공사 직원들도 동원됐다. 이들이 먼저 끌과 해머를 들고 작업을 시작했다. 건장한 체격의 직원들이 열심히 출입구를 열고자 했지만 합·강판 등으로 2중 3중 덧대진 출입문은 쉽사리 열리지 않았다.
3층의 작업이 부진한 사이, 아래층에서 급한 사인이 들어왔다. 2층 게임장안에 손님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단속반은 먼저 2층 출입문의 손잡이를 부수고 게임장 안에 들어섰다. 비교적 쉽게 열린 외곽문 안에는 두께 10cm 강철문이 있었다. 15분간 힘든 작업끝에 열린 게임장 안에는 게임기 수십여대가 돌아가고 있었다. 경찰의 단속을 피해 막 자리를 뜬 듯 일부 게임기에서는 카운트다운 화면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게임장 한켠에는 남자 2명이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고개를 숙인채 연신 담배를 피워댔다. 화폐교환대 인근에는 장시간 머무르는 손님을 위한 것으로 보이는 포도당 수액들이 놓여 있었다. 누군가 수액을 맞다 급히 뺀 흔적도 목격됐다.
2층 화장실에서 3층으로 이어지는 사다리를 따라 올라가자 역시 수십대의 게임기로 가득했다.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손님들의 표정은 불만으로 가득했다. 한 50대 남성은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라며 “아직 게임을 해서 돈을 따거나 잃은 것도 없는데 내가 조사를 받아야하냐”고 항의했다.
이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사이 다른 한쪽에서는 게임기를 복구시키느라 분주했다. 단속에 나선 경찰관은 “업주들이 CCTV 등을 통해 지켜보고 단속반이 출입문을 여는 사이 증거를 없애려고 게임기의 하드를 빼내 숨긴다”며 “하드를 찾아내 가동시켜 그 기록을 통해 불법 혐의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서 적발된 게임기는 140대가 넘었지만, 경찰이 압수한 게임기는 80대, 돈은 9만원에 불과했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게임장들은 단속에 대비해 항상 돈을 다른 데로 빼돌린다”며 “밤사이 영업한 돈은 이미 새벽께 다른 곳으로 옮겨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우성 기자 khaih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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