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완씨가 국가유공자 증서와 훈장을 들어보이고 있다. |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김형완(82)씨는 지난달 60년만에 정부로부터 화랑무공훈장을 받은 뒤, 한 통의 편지를 썼다. 국방부 장관에게 보내는 편지였다. 뒤늦게나마 나라를 위해 싸운 공을 인정해 준 것에 대한 감사함과 함께 싸웠던 전우들에 대한 관심을 전하기 위해서다.
김씨는 전쟁 당시 피란길을 뒤로하고 자원 입대했다. 그리고 꼬박 2년을 기관총사수로 백마고지 등 최전방을 누비며 수없이 쓰러져 가는 전우들의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전쟁 막바지 치열했던 금화지구전투에서는 그 역시 포탄의 파편을 맞고 쓰러졌다. 그렇게 죽는 줄로만 알았던 김씨는 기적적으로 살아났지만, 중공군의 포로가 돼 고초를 겪다 휴전이 되고나서야 고향 땅을 밟았다.
전쟁 막바지 치열했던 금화지구전투에서는 그 역시 포탄의 파편을 맞고 쓰러졌다. 그렇게 죽는 줄로만 알았던 김씨는 기적적으로 살아났지만, 중공군의 포로가 돼 고초를 겪다 휴전이 되고나서야 고향 땅을 밟았다.
그는 고령에도 아직까지 전쟁의 순간에 대한 기억을 놓지 않고 있다.
“전쟁터에서는 사람이 사람으로 보이지 않아. 그냥 적일 뿐이지. 살기위해서는 죽여야했어. 아군이고 적군이고 피흘리며 쓰러져 간 사람들의 모습이 잊혀지질 않아.”
그에게 분명 전쟁은 지우고 싶은 기억이다. 하지만 엄연히 존재했던 역사이기도 하다. 그 역사의 한 페이지 속에서 그는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었던 용사였다.
그가 목숨을 걸었던 조국이 늦게나마 그를 기억해 준 것이 다행스런 일이다.
김씨는 “보상을 받자고 전장에 나간 건 아니지만 나라를 위해 목숨걸고 싸웠던 그날을 생각하면 사실 섭섭함도 있었다”며 “60년만에 훈장을 받았으니 그나마 편히 당시 기억들을 가슴에 묻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지금의 평화가 숨져간 전우들의 피의 대가임을 기억해 줬으면 한다”며 “이 땅의 젊은이들이 자신을 희생해 나라를 수호한 순국선열들을 잊지 않기 바란다”는 말을 전했다.
강우성 기자 khaih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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