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민 특허청차장 |
경제가 성장하는 데도 고용은 늘어나지 않는 현상은 산업구조의 고도화에 따른 기계화, 정보기술(IT)산업에 대한 의존도 확대, 전통업종인 노동집약형 산업체의 해외 투자 확대 등이 주요 원인으로 여겨진다.
최근 우리 경제도 자동차, 휴대폰, 반도체 등 기술ㆍ자본집약형 산업이 경제 성장을 견인하면서 경제가 성장함에도 불구하고 그 성장이 곧바로 일자리 창출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어 고용 없는 성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여야 가릴 것 없이 일자리 창출을 어느 때보다 심각한 문제로 여기고 다양한 정책을 내 놓고 있으나 국민들이 기대하는 바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인 듯하다. 일자리를 늘리는 해법은 이미 나와 있다. 제조업은 일자리 창출에 한계가 있으므로 서비스업을 육성해야 하며 특별히 의료와 법률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을 키워야 한다.
이런 점에서 특허청에서 제공하는 고부가가치 법률 서비스인 특허심사서비스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통상적으로 특허 출원인들은 개별 국가에서 특허절차를 진행하기 전에 자신이 개발한 기술이 특허 받을 수 있는지를 확인하게 되는데, 이를 '특허협력조약(PCT) 국제조사'라고 한다.
PCT 국제조사는 144개 조약 가입국 중 14개국만이 제공할 수 있는 고도의 지식재산용역 서비스로 국제조사 과정에서 심사관들로 하여금 최신 기술동향을 파악할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심사능력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되고 이공계 고급 인력의 고용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도 있다.
지난해 외국기업이 한국특허청에 PCT 국제조사 서비스를 의뢰한 건이 1만6000 건에 달하고 액수로는 200억원 규모인데 이는 연봉 5000만원의 고급인력 400명의 인건비에 해당하는 것으로 지난해 국산차 평균 수출가가 대당 1600만원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이는 자동차 1200대 이상을 수출하는 효과와 맞먹는다고 볼 수 있다. 고부가가치 서비스를 통한 일자리 창출효과가 탁월하다 보니 PCT 국제조사 서비스에 대한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특허청은 올해 4월부터 PCT 국제조사료를 28% 인하(달러 기준)한다고 발표했으며, 러시아 특허청도 한국 특허청 수수료의 절반 이하 가격에 PCT 국제조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정부부처 중 전문화된 서비스를 용역형태로 수출하는 것은 특허청이 유일하지 않은가 싶다. PCT 국제조사 서비스는 용역수출이라는 점과 함께 우리나라의 PCT 국제조사 서비스 경쟁력이 대외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간접 지표다. 인텔, 마이크로 소프트, 휴렛패커드, 3M, 구글과 같은 글로벌 기업이 의뢰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한때 우리나라는 특허권 시장에서 변방 취급을 받았지만, 2006년 2억원에 미치지 못하던 PCT 국제조사 서비스 수출 규모가 지난해 200억원으로 5년 만에 100배로 성장했으며 2010년 PCT 국제조사 서비스 수출시장에서 유럽특허청(EPO), 일본특허청에 이어 세계 3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정부는 올해를 '지식재산강국' 원년으로 선포하고 지식재산전략을 경제발전의 핵심전략으로 채택키로 한바 있다. 이런 면에서 PCT 국제조사 서비스 수출에서의 도약은 일자리 창출에 긍정적인 신호라는 생각이다.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딸ㆍ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1960~70년대 산아제한 정책이 낳은 유명한 표어들이다. 하지만 이 표어들이 출산장려를 부르짖는 요즘에도 젊은 부부들에게 상당한 공감대를 얻고 있다고 한다. 먹고 살만한 일자리가 충분하지 못한 때문인 듯 하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통하여 국민 모두의 일자리 걱정을 시원하게 날려버릴 수 있는 날이 속히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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