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설]천상의 하모니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이종설]천상의 하모니

[교육단상]이종설 부여 은산초 교감

  • 승인 2012-06-05 15:13
  • 신문게재 2012-06-06 20면
  • 이종설 부여 은산초 교감이종설 부여 은산초 교감
▲ 이종설 부여 은산초 교감
▲ 이종설 부여 은산초 교감
필승! 지난 몇 년간 작지만 강한 충남학생체육을 위해 외치던 구호다. 정말 구호대로 충남의 학교 체육은 전국 최고였다고 자부한다. 전국소년체육대회 담당 장학사로 전국 종합 3위, 최다 메달획득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그런데 그렇게 동분서주하면서도 뭔가 2% 허전함과 갈증이 느껴졌다. 그것이 무엇 때문일까. 일선 학교현장에 돌아와 근무하면서 바로 아이들과 함께 호흡하고 부대끼며 지내지 않아서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

첫 만남. 어린 아이들한테 다가가고 싶은데 기회가 없다. 아이들도 서먹해하고 선생님들도 어려워하고 뭔가 소통이 필요한데 무슨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다. 그러던 중 우리 학교에 수영장이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학교 특색사업으로 수영교실을 운영할 수도 있고 딱 이거다'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동안 학교 주변에는 수영코치도 없었다.

이런 와중에 여러 선생님이 '지도방법에도 문제가 있고 교감선생님이 또 전문가니까 한 번 운영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의했다. 며칠의 고민 끝에 아이들과 소통 할 기회로 여기고 수락했다.

수영의 기초부터 하나하나 완성될 때마다 처음엔 힘들다며 다른 놀이시간을 달라고 조르던 아이들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자신감과 흥미를 느낀 아이들이 늘면서 재미를 느낀 것이다. 이젠 아이들이 먼저 다가와 말을 걸며 친해지고 싶어한다. 학교 일로 출장을 다녀오면 보고 싶었다며 악수를 청한다. 나도 이젠 아이들과 한편이 됐다는 생각에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덩달아 학교생활이 즐겁다. 작은 농어촌 소규모학교. 교육환경이 도시와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고 어려운 시골 우리 아이들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최근 사회적인 이슈가 된 학교폭력, 학교가 한없이 메말라 가는데 무슨 방법으로 '정'이란 나무를 심을까. 말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체육과 예술교육을 통해 우리 충남교육이 지향하는 '바른 품성과 스마트 인재육성'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째, 스포츠클럽 활성화로 아이들이 마음껏 뛰고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주자.

둘째, 예술활동을 통해 감성을 자극해 세상을 보는 맑은 눈과 귀를 갖고 우리를 사랑할 줄 아는 아이들로 키워보자. 스포츠클럽 동아리반 운영에 학교의 모든 역량을 투입하고 1인 1악기, 리코더 합주단을 창단했다. 이런 음악 활동 활성화로 각종 대회에 출전해 실적도 올리고 교육청과 자치단체의 관심과 지원으로 올해에는 학생오케스트라단도 운영하게 됐다. 어느덧 6월이다. 시골의 순수한 우리 아이들과 교육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충만한 선생님들과 함께 한지도 3개월이 지났다. 수영교실 운영이나 스포츠클럽, 학생오케스트라단 등 가장 짧은 시기에 우리는 참으로 많은 것을 이뤄냈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했던가. 드디어 우리 아이들이 달라졌다.

아침에 운동장을 달리는 아이들, 반갑게 공수 인사하는 아이들, 교감선생님 부르며 달려와 안기는 아이들, 표정이 달라졌다. 눈빛이 살아있다. 아이들뿐만이 아니다. 선생님들이 모두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어 교실에서, 운동장에서, 동아리반에서 아이들과 늦게까지 다듬고 가꾸며 함께 묵묵히 사제동행을 몸으로 실천한다. 함께해서 항상 고맙고 미안할 때가 많다. 학창시절 진로지도에 어려움을 겪었기에 후배들만큼은 그렇지 않게 밑거름이 되고 싶어 교직의 첫발을 고향에 내딛고 어느덧 30여년 교실에서, 운동장에서 보냈다. 때로는 호랑이 선생님으로 엄하고 투박하게 지도할 땐 아이들 재잘거리는 소리가 소음으로 들렸는데 한동안 밖에 나돌다 돌아와 보니 이젠 그 소리가 아름다운 화음으로 들리니 '천상 선생'인가 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3.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4.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5.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