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설 부여 은산초 교감 |
첫 만남. 어린 아이들한테 다가가고 싶은데 기회가 없다. 아이들도 서먹해하고 선생님들도 어려워하고 뭔가 소통이 필요한데 무슨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다. 그러던 중 우리 학교에 수영장이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학교 특색사업으로 수영교실을 운영할 수도 있고 딱 이거다'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동안 학교 주변에는 수영코치도 없었다.
이런 와중에 여러 선생님이 '지도방법에도 문제가 있고 교감선생님이 또 전문가니까 한 번 운영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의했다. 며칠의 고민 끝에 아이들과 소통 할 기회로 여기고 수락했다.
수영의 기초부터 하나하나 완성될 때마다 처음엔 힘들다며 다른 놀이시간을 달라고 조르던 아이들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자신감과 흥미를 느낀 아이들이 늘면서 재미를 느낀 것이다. 이젠 아이들이 먼저 다가와 말을 걸며 친해지고 싶어한다. 학교 일로 출장을 다녀오면 보고 싶었다며 악수를 청한다. 나도 이젠 아이들과 한편이 됐다는 생각에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덩달아 학교생활이 즐겁다. 작은 농어촌 소규모학교. 교육환경이 도시와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고 어려운 시골 우리 아이들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최근 사회적인 이슈가 된 학교폭력, 학교가 한없이 메말라 가는데 무슨 방법으로 '정'이란 나무를 심을까. 말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체육과 예술교육을 통해 우리 충남교육이 지향하는 '바른 품성과 스마트 인재육성'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째, 스포츠클럽 활성화로 아이들이 마음껏 뛰고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주자.
둘째, 예술활동을 통해 감성을 자극해 세상을 보는 맑은 눈과 귀를 갖고 우리를 사랑할 줄 아는 아이들로 키워보자. 스포츠클럽 동아리반 운영에 학교의 모든 역량을 투입하고 1인 1악기, 리코더 합주단을 창단했다. 이런 음악 활동 활성화로 각종 대회에 출전해 실적도 올리고 교육청과 자치단체의 관심과 지원으로 올해에는 학생오케스트라단도 운영하게 됐다. 어느덧 6월이다. 시골의 순수한 우리 아이들과 교육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충만한 선생님들과 함께 한지도 3개월이 지났다. 수영교실 운영이나 스포츠클럽, 학생오케스트라단 등 가장 짧은 시기에 우리는 참으로 많은 것을 이뤄냈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했던가. 드디어 우리 아이들이 달라졌다.
아침에 운동장을 달리는 아이들, 반갑게 공수 인사하는 아이들, 교감선생님 부르며 달려와 안기는 아이들, 표정이 달라졌다. 눈빛이 살아있다. 아이들뿐만이 아니다. 선생님들이 모두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어 교실에서, 운동장에서, 동아리반에서 아이들과 늦게까지 다듬고 가꾸며 함께 묵묵히 사제동행을 몸으로 실천한다. 함께해서 항상 고맙고 미안할 때가 많다. 학창시절 진로지도에 어려움을 겪었기에 후배들만큼은 그렇지 않게 밑거름이 되고 싶어 교직의 첫발을 고향에 내딛고 어느덧 30여년 교실에서, 운동장에서 보냈다. 때로는 호랑이 선생님으로 엄하고 투박하게 지도할 땐 아이들 재잘거리는 소리가 소음으로 들렸는데 한동안 밖에 나돌다 돌아와 보니 이젠 그 소리가 아름다운 화음으로 들리니 '천상 선생'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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