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처럼 관개수리시설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는 논농사지역에서 가뭄극복을 위해 쏟는 노력은 밭농사지역과 비교가 되지 않았다. 논농사는 밭농사보다 훨씬 많은 물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뭄을 극복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수단과 방법들을 개발해왔다.
작은 웅덩이부터 큰 저수지나 댐에 이르기까지 물을 가두어 두었다가 필요할 때 쓸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가뭄이 심할 때에는 아무리 큰 저수지나 댐이라 하더라도 수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무용지물이 되곤 했다. 이때는 개인이나 마을마다 땅속의 물을 끌어 올릴 수 있는 곳을 찾아서 우물을 파거나 파이프 관을 박고 양수기를 달아 물을 끌어올리는 피나는 노력을 했다. 심지어는 모든 공공기관 뿐만 아니라 학생들까지 동원되어 가뭄극복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물웅덩이나 물길을 찾아서 줄을 지어 죽 늘어선 다음 물동이를 손에서 손으로 넘겨 논밭에 물을 대곤 했다.
작은 웅덩이나 우물물은 두레박이나 용두레, 무자위 등으로 퍼 올릴 수 있었지만 깊은 곳에 파이프 관을 묻었을 경우에는 전기나 석유를 활용하여 작동시키는 발동기에 양수기를 연결하지 않으면 물을 끌어올리기가 불가능하였다. 발동기가 나오기 전에는 무쇠주물로 만들어 긴 손잡이를 달아 물을 끌어 올리던 압축식 물 펌프가 있었다. 물 펌프는 실린더처럼 생긴 통 안에 손잡이가 달려있어서 피스톤처럼 상하로 움직이는 장치가 붙어있었다. 이 장치에는 고무로 만든 둥그런 판막이 달려있었는데, 펌프 안을 진공상태로 만들어 물이 끌려올라 오도록 하는 역할을 했다. 물을 처음 퍼 올릴 때는 물 펌프와 파이프 관을 진공상태로 만들기 위하여 한 바가지 정도의 물을 붓는다. 이 물이 바로 마중물이다. 마중물을 붓고 펌프손잡이를 힘껏 빠르게 상하로 움직이면 신기하게도 “뻐걱 뻐걱” 소리를 내면서 물이 쏟아져 나왔다. 물이 콸콸 쏟아져 나올 때 마다 모두는 희열에 휩싸이곤 하였다.
정동찬ㆍ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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