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지원센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학교급식지원센터는 학교로부터 필요한 식자재를 주문받아 공급한다는 면에서 기존 급식 공급업체와 비슷하지만 지역 농산물 사용을 원칙으로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한다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특히 지역 농산물의 확실한 판매처 확보로 농어업의 불안한 생산환경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돼 3농 혁신을 추진 중인 충남도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미 당진에 학교급식지원센터가 설치돼 호응을 얻고 있고 아산 등 타 시ㆍ군에서도 이미 설치했거나 설치를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급식지원센터가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걸음마 단계인 학교급식지원센터의 나아갈 방향을 타 지역 사례를 통해 살펴본다.<편집자 주>
구청이 직접 운영 지역외 상품 취급 안해… 26개 농가 생산 참여 소득은 '덤'
울산시 북구 신천동에 위치한 농협 하나로마트. 이곳 한켠에는 50㎡(15평)의 작은 면적에 울산 북구 내 초등학교 20곳의 학교급식을 책임지는 급식지원센터가 자리잡고 있다. 울산 북구급식지원센터는 외형은 작지만 학교 급식지원센터 설립을 희망하는 단체가 가장 많이 찾는 곳 중 하나다.
센터 운영을 구청이 직접하면서 적은 비용으로 학생들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직원 4명이 생산자를 관리하고 학교에서 주문을 받아 검사하고 공급하는데 아무런 무리가 없다. 운영비도 직원 인건비 외에 추가되지도 않는다. 규모가 작다고 학교 급식 재료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학교로 공급되는 식자재는 지원센터의 꼼꼼한 점검을 통과해야 한다. 울산 북구는 조례로 학교 급식에 사용되는 농산물은 지역에서 생산하는 친환경 농산물을 사용하도록 지정해 놨다. 울산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외에는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 다만 울산에서 생산되지 않거나 부족한 작물의 경우 인근 생산 조직인 경남친환경생산자연대 단체에서 생산하는 물품을 사용할 수 있다.
가공품 선택도 까다롭다. 업체로부터 품목제조보고서를 제출받아 함유량을 점검하고 성분 시험조사서를 요구해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 포함된 가공품은 원천 차단하고 있다.
여기에 든든한 생산자 조직이 뒷받침 하고 있다. 모두 26농가가 생산에 참여해 학생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린다. 농가마다 연간 2000만~4000만원의 소득은 덤으로 여긴다.
김형근 센터장은 “학교급식은 아이들의 건강과 농어민의 생존과 직결되는 중요한 연결고리”라며 “학교급식이 지역 농어민과 함께 하는 방법이 뿌리를 내린다면 현재 농어업의 위기는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합천군 국내 첫 무상급식 시행, 생산자-학교 직거래 유통비용 줄어
경남 합천군은 국내에서 가장 처음 무상급식을 시행한 지역이다. 합천군은 무상급식 논란이 본격화되기 전인 2009년부터 이미 관내 37개 초ㆍ중ㆍ고등학교에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했다.
1년 전체 예산이 3000억 원 수준에 재정자립도도 10%를 조금 넘는 수준이지만 그 중 가용 재원은 100억 원 안팎이지만 학생들의 건강을 우선 생각해 내린 결정이다.
합천군이 안정적으로 무상급식을 시행할 수 있었던 데는 지자체의 의지와 함께 지역 농민들의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2005년 생협 등을 통한 소비자단체와 직거래를 시작한 지역 농민들은 2006년부터 합천군내 학교와 급식 직거래를 논의했다.
기존 급식공급 업체를 통해 출처를 알 수 없거나 안전을 확신할 수 없는 먹거리 대신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학생들에게 공급하자는 것이었다. 또 생산자와 학교가 직거래를 하면서 유통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생산자들의 적극적인 노력과 학교의 관심이 더해져 2008년 4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생산자와 학교간 급식 직거래 계약이 성사됐다.
1년 동안 운영 성과는 합천군이 전면 무상급식을 실현하는데 중요한 밑거름이 됐다.
현재는 지역 내 400여 농가가 참여해 합천군내 23개 초ㆍ중ㆍ고등학교 5000여명의 학생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하고 있다.
정미영 합천생산자 영농조합 사무국장은 “지역 농민이 직접 생산한 농산물을 학생들에게 직접 전달해준다는데 농민들의 자부심이 높다”며 “제대로 된 학교급식은 학생과 농민을 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시우 기자 jab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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