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당뇨 증상이 없었던 박씨는 약물 복용 이후 혈당이 급상승했고, 약물을 잘못 사용한 병원측의 과실을 주장하며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이곳 저곳의 문을 두드렸다.
대전시에 설치된 '의료심사조정위원회'에 문을 두드렸으나, 지난해 정부가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라는 기관을 만들 계획이어서 의료심사 조정위원회는 운영이 안되는 상태였다.
그는 시가 안내한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라는 곳의 문을 두드렸고, 이곳에서는 4월 8일 개원했기 때문에 개원 이전의 사안들은 취급하지 않는다며 조정 불가 판정을 받았다.
박씨는 또 다시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민원을 접수해 놓고, 법률 구조공단 등의 자문도 받을 예정이다.
의료분쟁을 겪고 있는 지역 환자와 보호자들이 억울함을 호소할 곳을 찾지 못하고 또 다시 떠돌고 있다.
정부는 2011년 4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고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하 중재원)'을 설치하겠다는 법률안을 제정, 공포했다.
법률안 제정, 공포와 함께 중앙의료사고조정위원회를 폐지했고, 중앙조정위원회 산하의 전국 16개 시ㆍ도 조정위원회도 함께 운영을 중단했다. 법률안 공포 이후 1년이 지난 올 4월에야 중재원을 설립했다. 1년동안 조정위원회는 공백상태였다.
중재원은 초기 출범당시 인력과 조직 등의 문제로 지방에는 중재원 분원 설치를 하지 않았고, 지역의 환자들은 분쟁 조정을 위해서는 서울로 찾아가야하는 형편이다.
문제는 이들 중재원이 지난 1년간의 공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출범일인 4월 8일 이후에 발생한 의료분쟁에 대해서만 상담 접수를 하고 있다는 것. 지난 1년의 공백 시기에 발생한 사건들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이 민사 등 법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중재원 역시 개원 한달동안 2200여건에 이르는 상담을 받는 동안 조정신청은 7건만 처리하는 등 중재율도 낮아 갈 곳 없는 시민들은 또다시 법정싸움을 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그동안 의료사고조정위원회도 대전시에 설치돼 있었으나, 의료기관이 의료사고 임을 인정해야만 보상금에 대한 협의가 이뤄지는 만큼 유명무실했던것이 사실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기존의 조정위원회는 1년전 사건까지 중재할 수 있도록 했지만, 중재원은 4월 8일 이후 사건에 대해서만 취급하는 만큼 공백이 생기는 것은 사실”이라며 “복지부에 이같은 문제점을 제안하고 유예기간을 둘 것을 요청했지만, 정부차원의 방침인만큼 지방에서도 어쩔 수 없다. 시민들에게 중재원 안내를 하면서도 찝찝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