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훈은 경희궁에서 열린 '나는 왕이로소이다' 현장 공개 및 기자간담회에서 “노비 옷을 입고 있는 충녕이 개인적으로 더 잘 맞는다”며 “현대극을 찍을 때도 깔끔한 캐릭터를 맡으면 바지 주름 때문에 제대로 앉지도 못하는데 노비이다 보니 길바닥에 편하게 누워있을 수 있다”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나는 왕이로소이다'는 왕이 되기 싫어 궁을 떠난 세자 충녕(주지훈)이 자신을 빼닮은 노비 덕칠과 신분을 바꾼 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시간을 보내면서 성장해가는 이야기. 주지훈은 여러 면에서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이병헌과 비교된다. 두 배우 모두 1인 2역일 뿐만 아니라 첫 사극 도전이다.
주지훈은 이와 관련해 “장르가 같다면 부담을 느꼈을 텐데 너무 다르다”며 “다른 영화에 신경쓰기 보다 캐릭터를 만들어가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보통 1인 2역이면 배역의 비중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기 마련인데 이번엔 거의 1대1이다. 그러다 보니 분량이 많다.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말투, 의복 등 첫 사극 도전에 따른 어려움은 만만찮다. 특히 극 중 세자와 노비, 극과 극의 역할을 동시에 소화해야 했기에 초반엔 혼란스러웠다. 그는 “사극이 처음이다 보니 사극 특유의 말투가 어려웠다”며 “또 의복에 따라 자세가 바뀌기 마련인데 충녕 옷을 입고 있는 덕칠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힘들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곤룡포를 입었다고 해서 노비가 세자의 느낌을 자아내서는 안 된다는 의미. 주지훈은 “극 중 곤룡포를 입고 등장하는 인물 중 90% 이상이 노비 덕칠인데 초반에는 의복이 주는 느낌을 버리는 게 힘들었다”고 말한 뒤 “지금은 곤룡포가 트레이닝복 입는 것처럼 편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세자 역할은 그를 스타덤에 올린 드라마 '궁'에 이어 두 번째. 주지훈은 “궁을 찍을 때는 가만히 서 있어도 세자로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면 지금은 반대”라며 “위엄과 체통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 노력 아닌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변신 능력이야말로 주지훈을 캐스팅한 이유는 아니었을까.
장규성 감독은 “주지훈을 처음 봤을 때 느낌이 굉장히 좋았다”며 “세자다운 얼굴도 있고, 실제로 대화를 나누다 보니 약간 하층민의 느낌도 받았다. 교묘히 잘 어울리더라”고 전했다.
장 감독은 “촬영에 들어가니 숨겨진 끼를 발휘해서 깜짝 놀랐다”며 “그간 지훈씨가 보여줬던 것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 같다”고 자신했다.
'이장과 군수', '선생 김봉두' 등 그간 코미디 영화를 해 왔던 장 감독이기에 이번 작품 역시 코믹 색채가 강할 것으로 보인다.
장 감독은 “굉장히 나약하고 책만 보는 인물이었던 충녕이 어떻게 성군이 됐을까하는 궁금증에서 출발했다”며 “코믹으로 극을 끌어가되 지금 이 시대에 저런 리더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느낌을 주고 싶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8월 개봉 예정.
[노컷뉴스/중도일보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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