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동일 충남대 교수, 지방분권촉진위원 |
실제로 국회는 지난 13대 이래 24년째 법정 개원일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13대 국회부터 18대 국회까지 원구성이 완료되는데 평균적으로 44일이 걸렸으며, 14대 국회 전반기에는 무려 125일이나 소요된 바 있다. 지난 18대 국회도 88일을 허비했다. 원구성의 반복적인 지연은 국회공전을 초래하는 것은 차치하고, 입법부인 국회가 법을 준수하지 않는다는 비판속에 결국 국민들의 국회 불신을 심화시키는 주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지금 우리나라는 여야가 새 국회에서 상임위원장 배분을 놓고 또다시 지루한 힘겨루기를 할 만큼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작년에 우리 나라가 세계 9번째로 무역 1조달러 시대를 열고,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넘어서는 경이적인 신화를 이뤘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들의 삶은 여전히 고단하다.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최저 출산율, 세계 최장 노동시간, 최고의 사교육비 부담 등의 지표는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에 걸맞지 않게 우리 국민들의 삶이 얼마나 불안하고 고단한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여기에 이르게 된 이유는 여럿이지만 한가지는 분명하다. 그동안 정치가 제 역할을 못하고, 국회와 국회의원이 그 막중한 도리를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를 보면, 참으로 소박하게 바른 정치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 즉 “정자(程子)는 정치를 하면서 시민여상(視民如傷)이라는 네 글자를 써놓고 날마다 부끄러움을 느낀다”고 했다. 모든 백성은 상처를 입은 사람으로 여기고 그들을 어루만지고 보살펴주는 심정으로 정치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백성들을 상처입은 환자로 보지않고 멋대로 취급하는 사람, 법도 의(義)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청렴하지도 신중하지도 부지런하지도 않는 그런 사람은 절대 지도자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다산의 정신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정반대다. 몇 년전 한 외국잡지가 세계에서 가장 무법적인 의회의 하나로 대한민국 국회를 꼽았다고 한다. 각종 정치쟁점 법안의 처리과정에서 일어나는 몸싸움은 세계언론의 토픽감이 된지 오래다. 해머와 전기톱으로 문고리를 부수고, 공중을 날아다니며, 국회안에서 최루탄까지 터뜨리는 것이 대한민국의 국회다. 국회폭력은 일상화 되었으며 저질발언과 막말은 다반사다. 국회의원이 청렴하다고 믿는 국민은 많지 않다. 그래서 오죽하면 “정치가 코미디를 그만두면 코미디도 정치를 그만 두겠다”고 어느 개그맨이 말해도 대한민국 국회는 아무 대꾸를 못했을까. 요약컨 대, 여당이나 야당이나 길게는 제헌국회 이래 짧게는 지난 18대 국회 4년간 바른 정치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제 임기를 시작한 제19대 국회는 달라야 한다. 달라도 철저히 달라야 한다. 국민의 아픔과 함께하는 착한 정치,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좋은 정치, 그리고 국민과 소통하는 잘하는 정치를 통해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곧 선치(善治)다.
이러한 시대적 사명감으로 새 국회를 바르게 이끌 수장은 바로 국회의장이다. 국회의장은 대통령에 이어 국가의전 서열 2위의 3부요인이다. 대외적으로 국회를 대표하고 대내적으로 국회를 총괄 지휘ㆍ감독하는 막중한 자리다. 오는 5일 국회개원을 앞둔 시점에서, 6선의 대전 출신 강창희 의원이 국회의장으로 유력시 되고 있다. 그간 충청권 출신 국회의장이 전무했던 점에서 그 상징적 의미도 큰 만큼 그에 대해서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 강 의원은 자서전 「열정의 시대」를 통해 정치인으로 이루고 싶은 마지막 꿈이 “자기희생과 배려의 정신으로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만들고, 우리 국민을 품격있는 선진국민으로 만드는 일”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의 꿈대로 신념과 경륜있는 국회의장으로서 대한민국 국회의 패러다임을 혁명적으로 바꿈과 동시에 새 국회가 국민들을 편하게 잘살게 해 주는데 앞장서 주기를 크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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