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혁주 부여군농민회 정책실장 |
미국에서 또 다시 광우병이 발생되자 국민들은 2008년 광우병 촛불사태를 떠올리며 불안한 마음으로 당장 미국산 소 수입 중단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지만 이명박 정부는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국민들이 또 다시 촛불을 들고, 언론들이 심층취재와 토론회 등을 통해 광우병 위험을 조목조목 증명하면서 정부를 압박하고 있지만 이명박 정부는 몇몇 언론과 일부 국민들의 불순한 여론 호도 쯤으로만 여기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1일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에서 있었던 서규용 농식품부 장관의 발언이다. 여당인 새누리당 국회의원들까지 나서 여야 만장일치로 수입 중단을 요구하는 농식품위원회 결의안을 채택 했지만 서규용 장관은 “전혀 문제가 없다는데 왜 그 짓을 하느냐”며 국회의원들과 맞섰다.
이미 총선은 끝났고, 더욱이 대부분의 농촌 지역에서 여당인 새누리당이 승리하면서 이명박 정부가 기고만장한 태도를 노골적으로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근저에는 그동안 일방적으로 진행해 온 4대강사업과 한ㆍ미FTA 추진 등에 대해 4ㆍ11 총선에서 국민들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정부 관료 뿐만 아니라 전문가들까지 동원해 또 다른 여론을 만들어 내면서 '광우병 우려'가 여러 여론 중 하나일 뿐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엄호 세력을 구축, 정부 정책의 정당성을 확보해 가는 치밀함도 병행 하고 있다.
지난 4월 30일 이영순 서울대 명예교수(수의학)는 농림수산식품부가 마련한 전문가 일문일답 자리에서 “광우병은 사라졌다. 정형 광우병은 없어졌다”고 주장했다. 지금 발생하는 광우병은 모두 위험하지 않은 비정형이기 때문에 광우병은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발생한 29마리의 국가별 수치를 일일이 제시하면서 모두 비정형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이 명예교수의 이러한 발언은 광우병 위험에 대해 계속해서 경고해 오고 있는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의 주장과 비교, “광우병 위험에 대해 전문가들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며 보수언론들에 의해 대대적으로 유포됐다.
이러한 자료를 근거로 농식품부는 “비정형 광우병은 전염성도 없고 위험성도 거의 없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라는 입장 발표와 함께 “국민적 의혹을 풀기 위해 미국에 '광우병 조사단'을 파견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영순 명예교수의 발언이 엉터리 통계자료임이 언론발표로 속속 드러나고, 미국에 파견된 광우병 조사단은 광우병 발생 농장 조사도 하지 못한 채 미국 관료와 관련자들의 면담과 자료검토만 하고 돌아 오면서 정부가 필요한 알리바이를 마련하기 위한 제스처에 불과한 것이라는 의혹만 증폭 시켰다.
국민들의 불안과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믿거나 말거나 자료를 바탕으로 대국민 홍보와 함께 불도저 식으로 밀어붙이는 이면에는 일부 농민단체들의 협조가 큰 몫을 담당 하고 있는 측면도 있다.
지난해 11월 22일 한나라당이 한ㆍ미FTA를 날치기 국회비준 통과시켰지만 여당인 새누리당은 농촌지역을 바탕으로 지난 4ㆍ11 총선에서 압승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농민단체들이 새누리당 후보 지지 선언을 하는 등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행태가 지속되는 한 정부 정책의 변화는 요원할 수 밖에 없으며, 도시민들로부터 이명박 정부와 함께 생산 농민들의 신뢰도 함께 추락할 운명에 처해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일부 생산자 농민단체들이 자신들만의 농업경영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이명박 정부가 반 국민적인 식량정책을 펴는 일에 계속해서 협조할 경우, 안전먹거리에 대한 위협을 받고 있는 전체 국민들로부터 농업계 전체가 심판 받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음에 긴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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