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4년째를 맞고 있는 대전문화재단(대표 박상언)이 표류하고 있다. 매년 40억원씩 2020년까지 500억원에 달하는 대전시민의 혈세가 재단으로 흘러가지만, 정작 문화예술계와 시민의 체감도는 여전히 낮다. 획기적인 정책변화는 부족하고, 사업과 인사 등 안팎으로 잡음도 끊이지 않는다. 대전문화재단이 안고 있는 문제점 집중 점검해 본다. <편집자 주>
대전문화재단(이하 재단)은 2009년 대전의 문화 어젠다 제시와 기금 조성을 통한 문화예술 발전을 목표로 출범했다. 재단이 출범하자, 문화예술인들도 상당한 기대감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출범 4년차를 맞도록 그 목표와 기대를 충족시킬만한 성과와 비전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문화예술계를 지원할 독자적 적립기금 확보는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추진 사업들 역시 관 주도 사업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며 '혈세만 축낸다'는 말까지 나온다.
재단이 안고 있는 가장 시급한 과제이자 문제점은 자생력을 갖추기 위한 재원 확보다. 출범 이후 적립기금 현황을 살펴보면 실망감을 감출 수 없을 정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전문화재단 설립 및 운영조례' 제8조(기금조성)에 따르면, 적립기금은 시의 출연금, 기부금, 재단의 사업수익금으로 하며, 2020년까지 목표액 500억원이 조성될 때까지 매년 일정액을 대전시 일반회계에서 출연토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조성된 재단의 현재 적립기금은 총 104억 8000만원. 대부분 조례에 따라 대전시가 출연한 기금이다. 여타 기부금으로 조성된 기금은 7800만원에 불과하다.
출범 후 모인 기부금은 모두 3억4500만원 정도다.
하나은행이 2억6000만원을 냈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3000만원, 산업단지관리공단 2000만원, 최영란무용단 1200만원, 목원대 1000만원 등이고, 나머지는 100만~500만원 사이다.
기부한 기관ㆍ단체는 10곳도 안 된다.
타 지역과 비교되는 모습이다. 대구문화재단은 매년 고정적으로 거액(1억원)을 기부하는 기업을 확보해 올해까지 4억원의 기부금을 모았다. '10기업 1문화도시' 캠페인 등 기부금 마련을 위해 다양한 메세나 문화 붐 조성에도 나서고 있다. 2011년 출범한 광주문화재단도 벌써 5억원의 기부금을 마련할 정도로, 타지역 재단들은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인색한 기부문화도 한 몫하지만, 대전문화재단의 '홀로서기' 의지 부족을 지적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기부금 대부분도 박상언 대표 부임 전에 조성됐고, 정기적으로 기부하는 기관이나 단체도 없는 실정이다.
박상언 대표는 기부금 확보 방안에 대해 “지난 4일 토론회를 거쳐 크라우드 펀딩, 매칭 펀딩 등 대표적으로 계획을 짜고있다”며 “최종 방안을 확정하기 전에 정책간담회 등을 열고 의견수렴을 과정을 거쳐 오는 6월 최종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전문화재단의 기부금은 이미 대부분 소진했다.
그러는 사이, 재단 운영비로 매년 9억원 지출된다. 이 중 5억원이 넘는 금액이 인건비다.
임기대 대전문화연대 공동대표는 “주어진 사업만 하는 건 대리기관으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며 “재단은 그저 바라만 보지 말고 시민과 문화운동을 공유할 수 있도록 더 뛰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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