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희수 건양대 총장 |
축제는 청춘만의 전유물은 아닌 듯 필자 역시 들뜬 마음으로 각 학과에서 마련한 중앙로의 부스를 돌며 학생들의 놀이에 동참해보기도 하고, 음료수나 간식거리 등 학생들이 마련한 음식들도 먹어보았다. 학생들의 솜씨가 좋아 공부하면서 언제 이런 재주를 익혔는지 감탄이 절로 나왔다. 축제는 확실히 일상에서 받았던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어주는 좋은 자극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번 우리 대학의 축제는 먹고 마시고 즐기는 행사가 아니라 이웃을 생각하며 지역주민과 함께하려는 노력이 어느 해보다 많았던 축제였다. 학생들이 '기부&Give Festival'이라는 기치(旗幟) 아래 축제를 개최했는데, 의미도 좋거니와 제목도 잘 지어서 참으로 기특하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말 '기부(寄附)'는 자선을 베풀거나 아무런 대가 없이 재물을 내놓는 것을 뜻하는데, 영어 'give[기브]'도 발음이 비슷한 데다 베풀거나 기증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 두 단어가 절묘하게 잘 어울렸다.
학생들은 각 축제프로그램 이용시 현금 대신 라면을 지급했고, 그렇게 모인 산더미같은 라면을 축제 마지막 날 독거노인 및 결손가정들에게 보내달라며 적십자사에 기증했다. 또 축제 기간 내내 운동장 한편에서는 교직원과 학생들이 기증한 물건들로 나눔 바자회를 개최해서 그 수익금은 전액 불우이웃돕기와 도서기증을 위해 사용됐다.
기부&Give 축제는 캠퍼스 안에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바깥에서 오히려 더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인근 독거노인 집을 찾아가 노인은 손댈 엄두도 내지 못하던 퇴락한 집을 말끔히 수리해드렸다. 찢어진 마당 차양막을 보수하고, 비닐 바람막이를 교체하고, 문짝 수리, 집안청소 및 주변정리 등 구슬땀을 흘렸다.
어떤 학생들은 다중 보육시설을 찾아가 부식되고 빛바랜 건물 외벽을 보수하고 알록달록 아름다운 풍경화로 벽을 꾸미기도 했다. 또 장애인 시설을 찾아 그들의 손발이 되어 함께 시내 나들이와 레크리에이션 등을 통해 즐거운 하루를 선사해준 학생들도 있었다.
이처럼 봉사활동을 열심히 하고 돌아온 학생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한결같이 육체적으로 힘은 들었지만 그 활동을 통하여 자신이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다는 자기 성찰과 봉사의 기쁨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이었다. 이런 활동들을 지켜보면서 교육은 강의실 칠판 앞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여러 가지 활동을 통해 현장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몇 년 전부터 우리 대학은 '술 없는 축제'를 만들기 위하여 학생들과 숱한 대화를 나눠왔는데, 이제 3~4년째 술 없는 축제가 이어지면서 학생들이 술로 인해 헛되게 쏟아버리던 에너지가 이같은 '나눔'의 미덕으로 순화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래서 필자는 우리 청춘의 미완(未完)의 모습을 사랑한다. 울퉁불퉁한 그들의 다듬어지지 않은 모습들이 끊임없는 교육과 학습을 통하여 갈고 닦아져 변화하는 것이야말로 교육자만이 누릴 수 있는 보람이 아닌가 한다.
사회가 혼탁해지면서 청춘의 어두운 모습들이 늘 주변에 노출되어 우리를 실망시키는 일들이 많다. 그러나 분명 그들은 더 이상 변형이 불가능한 고정물이 아니라 무한한 가변의 가능성을 지닌 인격체임을 깨닫고 꾸준히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더러는 사회적 지탄과 비난으로 인한 자괴감이 교육자들의 의지와 열의를 꺾으려들지라도 청춘들에게 희망이 있음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그리하여 그들에게서 '희망읽기'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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