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군 마산면(면장 김인수) 벽오리마을의 주인 없는 가게 무인판매대가 처음 문을 연 것은 지난해 7월.
주민수가 50여명에 불과하고 서천읍내에서 20km를 더 들어가야 하는 전형적인 농촌 오지마을이지만 내가 직접 재배한 신선한 채소와 건조식품, 장류를 소비자와 함께 나눈다는 소박한 생각으로 주인 없는 가게 운영을 시작했다.
하지만 주민들의 의욕과는 달리 가게 운영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벽오리가 워낙 외딴 마을인데다 이렇다할 홍보 마저 이뤄지지 않아 주말에만 문을 여는 가게를 찾는 소비자는 손을 꼽을 정도였다.
주민들은 이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이고 차원 높은 마케팅 방법을 생각해 냈다.
가게를 매일 운영키로 결정하고 어린이들도 안심하고 먹을수 있는 농산물을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뽀로로와 친구들 패티, 크롱, 루피, 포비, 에디 캐릭터 6종을 소먹이용 원형볏짚에 크게 그려 전시했다.
주민들의 생각은 적중했다. 마을을 찾는 소비자는 점점 늘어 났고 지난 26일부터 28일까지 이어진 연휴 동안 200여만원의 판매고를 기록하기도 했다.
아이들과 함께 찾아와 재미있는 캐릭터를 접하고 가게 주인이 없는 무인판매대를 체험해 보는 현장은 정직이라는 참된 교육을 체득하는 효과를 덤으로 선물했다.
밭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지천에 널려 있어도 일손이 없어 쓰레기로 전락하는 농촌 현실과 이에 반해 도시 소비자들은 비싼 가격으로 채소를 구입해야 하는 이상한 유통구조 속에 주인 없는 가게는 농민과 소비자의 자연스런 만남으로 신뢰가 쌓이는 공간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벽오리마을 박대수 이장은 “처음에는 포기할까 생각했지만 정직한 농민을 믿는 소비자가 있기에 힘을 얻고 있다”며 “앞으로 한글텃밭을 만들어 소비자와 농산물 파종에서 생산,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을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천=나재호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