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기생충 퇴치를 위한 많은 연구를 통해 기생충 감염 예방방법이나 특효약들이 개발되어 기생충의 공포에서 해방되었지만 얼마 전 까지만 해도 기생충 퇴치는 사회적인 문제였다. 그러므로 기생충 감염을 피하기 위해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고 각종 농산물을 생산할 때 똥이나 오줌을 직접 쓰지 않도록 권장하였다. 학교를 비롯한 공공기관은 물론이고 보건소에서는 전국민에 대한 기생충검사와 함께 봄, 가을 두 번 정도는 반드시 기생충 약을 복용하도록 권장하였고, 보건소에서는 기생충 약을 현장에서 먹을 수 있도록 하였다. 학교에서는 봄, 가을로 채변봉투를 학생들에게 나누어 주고 반드시 지정된 날짜에 본인의 대변을 콩알만큼 넣어오도록 하였다. 그러나 그 많은 학생들이 일사불란하게 모두 본인의 대변을 넣어 오는 일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본인의 채변봉투를 제출하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당일 날 아침 화장실에 가서 받아오도록 하였다. 그러나 그게 그렇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므로 엉뚱하게 그러한 순간을 모면하고자 다른 학생의 대변을 채취하여 제출하는 일부 학생들도 있었다. 대변을 통한 기생충검사결과가 나오면 보건소에서 나온 간호사 선생님이나 담임선생님이 나누어 주시는 기생충 약을 그 자리에서 먹어야 했다. 당시만 해도 회충, 촌충들이 극성을 부렸고, 이유 없이 배가 아프면 “횟배”라 하여 회충이 뭉쳐서 아픈 일이 다반사였으며, 회충덩이가 장을 막아서 죽음에 이르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사례를 전시하여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였다. 촌충은 회충보다 퇴치하기가 더욱 어려웠다. 촌충에 감염되면 자벌레나 칼국수 가닥같은 촌충이 몸에서 나와 돌아다니는 경우도 있었는데, 회충은 작았지만 촌충은 수 m에 이르렀기 때문에 민간요법으로 휘발유를 먹기도 하였다. 아무리 생활환경이 좋아졌다 하더라도 기생충과 인연은 끊을 수 없을 것이다. 여전히 봄, 가을로 기생충 약을 먹는 일 또한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정동찬ㆍ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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