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태 변호사 |
의료기술의 발달로 인하여 종래에 불치병으로 간주되었거나 그 존재조차 몰랐던 질병에 대한 치료술이 개발되었고 특히 새로운 첨단의료장비가 만들어짐에 따라 환자들은 병 치료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환자들의 기대감에 비하여 의료기술이나 의료장비 사용에 따른 의료비용이 엄청나게 증가되어 이를 지불하는 보험회사나 의사들로서는 지출할 비용에 맞추어 최상의 의료기술이나 장비가 아닌 적당한 의료기술이나 장비사용으로 '분배'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바로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는 무색해 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현실적으로 최상의 의술을 베풀 수 없게 만들었던 원인 중의 하나가 변호사들의 의사들에 대한 소송으로 인한 것이라는 점이 기이하게 느껴진다. 사람들에 대한 봉사와 헌신을 직업으로 하는 최상의 프로페셔널들, 즉 의사와 변호사들이 서로 물고 물리는 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미국의 사법제도가 우리와는 많이 다른 데서 오는 것으로 바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있음에 기인한다. 원래 손해배상제도란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에게 발생한, 그리고 앞으로 발생할 손해 전부에 대한 배상을 원칙으로 하는데 이러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여기에 징벌적인 의미에서 원래의 손해배상금액에 덧붙여 금전적인 배상을 하도록 하는 것으로서 그 금액이 실제 손해배상액에 비하여 엄청나게 크기 때문에 이를 지불해야 하는 의사나 보험회사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더욱이 변호사의 보수 금액이 승소금액의 30~40% 정도에 이르러 변호사들이 앞 다투어 의료소송을 제기하였으며 이로 인하여 의사나 보험회사의 재정적 부담이 이들을 거의 파산지경으로 몰아가게 되면서 미국에서는 제1차 의료과실 위기(1975년)와 제2차 의료과실위기(1985년)를 겪게 되었던 것이다. 심지어 2004년에도 부시 대통령이 '의료과실 소송의 개혁'을 대통령 중점 공약사항으로 내걸고 대대적인 개혁을 단행하지 않을 수 없게 하였던 것이다.
아직은 우리나라에서는 미국과 같은 대량의 의료소송으로 인한 사회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서서히 의료소송에 대한 사건 수가 증가하는 추세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라고 했던 히포크라테스가 타임머신을 타고 와 지금 이 현실을 보았다면 무슨 말을 하였을까? 아마 '나도 잘 모르겠는데…'라고 하지 않았을까?
<대전합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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