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보여야 산다' 民에서 官까지 뿌리깊은 관행

  • 경제/과학
  • 건설/부동산

'잘보여야 산다' 民에서 官까지 뿌리깊은 관행

지자체 예산배정ㆍ대기업 하도급과정 '불공정' 만연 동반성장 첫째 조건은 상대배려 등 민관 인식전환

  • 승인 2012-05-27 16:15
  • 신문게재 2012-05-28 1면
  • 이희택 기자이희택 기자
[2012화두 벽을 허물자]15. 종속적인 갑을관계

종속적인 갑ㆍ을관계 강요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대표적인 불통의 벽으로 통한다. 갑ㆍ을의 사전적 의미는 계약자들을 단순히 갑과 을로 구분하는 단어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갑은 상대적으로 지위가 높은 자, 을은 낮은 자로 굳어져 버렸다.

이처럼 은밀히 숨겨진 채 명령과 상하의 복종 관계로 존재하는 모습은 민간과 공공 영역 구분없이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민간 부문의 대표적 사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불공정 거래에서 나타난다. 대기업이 협력 중소기업을 동반 성장 파트너로 인식하기보다, 우월적 지위를 바탕으로 성장을 옥죄거나 극단적으로는 기술침해와 동일 시장진출로 중소기업 성장을 막는 사례는 셀 수없이 많다.

2010년부터 정부 주도로 상생협력이 동반성장 개념으로 바뀌어 적잖은 개선이 이뤄졌다고 하지만, 중소기업들의 체감지수는 여전히 낮은 편이다.

기업과 소비자간 관계도 구매 과정에서는 소비자가 갑이지만, 환불과 교환 등 판매 후 과정은 기업이 갑으로 돌변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주부교실에 접수된 분쟁을 보면, 특히 아이폰과 도시바 노트북 등 외국계 전자제품 교환 및 환불 문제가 소비자 입장에서 제대로 처리되지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공공부문에서는 예산편성을 둘러싸고 중앙정부에 굴종(?)해야하는 지방정부, 정부 정책의 갑작스런 변화 후 공권력에 의해 선의의 피해를 보는 국민도 이 같은 유형으로 분류된다. 하반기 예산안 편성시기만 되면, 과도한 접대를 요구하는 중앙 공직자의 관행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게 지방 공직자의 대체적인 인식이다.

이밖에 현대판 노예제로 불리는 유흥주점 사장과 접대부 관계, 조직 내 선·후배, 부모와 자녀, 스승과 제자, 감독과 선수선발, 문화예술 지원 공공기관과 예술단체 관계 등도 또 다른 갑을관계의 그늘로 자리잡고 있다.

정부기관을 중심으로 한 불공정거래 척결 노력과 감사원의 불합리한 행정 및 공직자 고발 민원 접수, 경제정의실천연합과 주부교실 등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한 활동 등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지만, 약육강식의 사회 틀을 허물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인식이 많다.

실제로 소위 정부 주도의 동반성장지수 평가만 해도 주요 대기업이 인센티브를 챙기고 있지만, 최근 한정된 조사 및 평가 기간으로 인한 신뢰성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불공정 하도급 거래가 점점 줄고 있고,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재원도 증가했다”며 “하지만 혜택본 기업들이 얼마 안되기에 아직 갈 길은 멀다.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를 위해서는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광진 대전경실련 사무처장은 “더 많은 권력과 물질을 갖기 위해 경쟁을 조장하는 현 사회구조로는 이 같은 벽을 허물기 어렵다”며 “정부가 동반성장을 외치고 있지만, 국책사업 조차도 무한경쟁을 조장하는 아이러니한 구조를 낳고 있다. 상대에 대한 배려 등 시민의식의 근본적 변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희택 기자 nature28@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3.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4.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5.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