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경예산 심의 과정에서 보여준 파행은 실망스러웠다. 처음부터 집행부의 재량사업비 삭감에 맞서 집행부가 내놓은 예산을 대폭 삭감함으로써 '보복성'임을 스스로 드러냈다. 이러한 행태를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라고 여긴다면 착각에 지나지 않는다. 아무리 보복성이라 해도 천안의료원, 장애인 등 지역민과 사회적 약자 예산을 전액 삭감해 버린 것은 지나쳤다.
천안의료원 이전비는 사실 직원들의 급여다. 급한 대로 직원들의 급여를 이전비용으로 지급했기 때문이다. 급여를 기다리고 있을 직원 가족들의 심경이 어떨지 헤아려 봤는가. 장애인선수들을 위한 특장버스는 단순히 버스 한 대가 아니라 장애인의 이동권이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지역의 명예를 위해 땀 흘리는 이들을 돕지는 못할망정 예산을 전액 삭감한 처사는 납득하기 어렵다.
이번 사태의 빌미가 된 '재량사업비'는 없애는 게 맞다. 예산편성과 집행의 공개성과 투명성, 민주성이라는 기본원칙에 위배되는 데다 의심의 시선도 적지 않은 돈인데 굳이 고집할 이유가 없다. 재량사업비에 관한 한 충남도도 자유롭지 않다. 삭감하는 대신 지사의 시책추진보전금을 같이 사용하자고 제안한 것은 크게 잘못됐다. 재량사업비를 둘러싸고 빚은 파행은 충남도나 충남도의회 모두 부끄러운 일인 줄 알아야 한다.
충남도의회는 재량사업비는 깨끗이 잊고 문제가 된 예산에 대한 재심의를 한시바삐 시작해야 한다. 내달 초 열기로 한 종합심사 일정을 하루라도 앞당기는 게 좋다. 9개월째 한 푼 못 받고 있는 천안의료원 가족을 헤아려야 한다. 도민을 위해 존재하는 의회임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의회와 집행부의 불화에 애꿎은 도민이 피해를 봐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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