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책실명제, 이제 손볼 때 됐다

  • 오피니언
  • 사설

[사설]정책실명제, 이제 손볼 때 됐다

  • 승인 2012-05-24 19:42
  • 신문게재 2012-05-25 21면
대단한 기세로 시작했다가 흐지부지 꼬리를 감추는 일을 많이 봐왔다. 정책실명제도 그 중 하나인 듯하다. 민간유치 사업은 실명제 대상에서 아예 제외돼 왔다고 한다. 처음부터 따귀 빼고 기름 빼는 식으로 시작했다면 맹탕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민자유치 사업은 ‘혈세 먹는 하마’로 지탄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전 천변고속화도로다. 적자 발생 시 차액을 보전해주기로 계약을 맺는 바람에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358억 원을 지원했고, 운영사가 미납한 세금까지 수십억 원을 대납했다. 그러고도 시민들은 다음달 1일부터 오른 통행료를 내야 한다. 시민들에게 지원금에 통행료에 이중의 부담을 지워놓고 엄청난 재정 손실을 초래하고 있음에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정책실명제는 말 그대로 정책결정에 간여한 공무원을 비롯해 모든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 사후 책임소재를 분명히 가리고 행정의 신뢰를 높이겠다는 제도다. 천변고속화도로처럼 시민 혈세나 갉아먹고 사업자의 배만 불리는 민간유치 사업을 기획한 정책담당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정책실명제는 뭐하자는 것인가. 이런 식이니 대전 아쿠아월드나 우리들 공원의 특혜협약, 노은동 역사 공영주차장 등 민자사업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추진됐는지 제대로 알 수 없는 게 당연하다.

사실 정책실명제는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졌다. 대전시 조례는 정책실명제 적용 대상을 명시하고 있지만 적용 대상이라고 모두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각 실과별로 판단에 따라 공개가 필요하다고 판단돼 선정된 사업에만 실명을 공개하게 돼 있다. 문제의 소지가 있는 사업은 실명제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잘못된 점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고쳐야 한다. 민자유치 사업은 물론 가능한 한 많은 정책, 공사, 예산이 실명제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 정책실명제가 책임행정은커녕 복지부동을 부추긴다는 볼멘 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책임소재만 명확히 해도 부실사업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대전시가 6월부터 부서 성과 평가 점수에 반영하고, 일제 정비를 통해 실명제 활성화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 한다. 투명하고 책임 있는 행정을 펴겠다는 다짐으로 읽히는데, 이를 지켜보겠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3.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4.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5.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