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클린멘도자씨는 17년째 자리를 보전하고 누워있는 남편에 중학생 딸, 팔순을 넘긴 시어머니, 그리고 본인까지 4명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으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결혼이주여성이다.
재클린멘도자씨는 1995년 코리안 드림을 안고 국제결혼으로 김강호(50)씨를 만나, 결혼 이듬해인 1996년 여름, 남편이 바닷가에서 잡아온 조개를 먹고 비브리오 패혈증에 걸려서 세 번에 걸친 큰 수술 끝에 두 다리를 절단했다.
그러나 재클린멘도자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남편의 손을 꼭 잡고 상처치유와 재활치료를 도왔다. 1년이 넘는 노력 끝에 남편 김씨는 의족에 의지해 다시 걸을 수 있게 되었다.
뻔한 살림에 가족의 건강마저 좋지 않은 상태에서 적은 정부지원금으로 생계를 꾸려나가며, 다리가 없는 남편과 관절염이 심한 시어머니는 거동조차 힘들었고, 그 와중에 딸아이가 태어났다.
재클린멘도자씨는, 인근 보습학원과 유치원, 주민자치센터 등에서 원어민교사로 일하며 틈틈이 집안일도 하고 농사일을 도맡았다.
아내이자 며느리로 어머니이자 선생님으로 그리고 남편의 손과 발로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만큼 바쁘고 힘들지만 그녀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러나 2009년 남편 김씨가 뇌졸중으로 쓰러져, 전신마비 증세와 함께 뇌병변 1급 장애까지 받았다. 말 그대로 꼼짝도 못하게 된 것이다.
그녀는 남편의 병수발을 위해 그나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남편의 굳어가는 몸을 주무르고 또 주무른다.
하루에도 여러 번 남편의 대소변을 받아내고 끼니때마다 시어머니에게 정성으로 밥상을 올린다.
재클린멘도자씨는 어려운 생활여건에도 불구, 이웃돕기 자원봉사활동은 물론 다문화가족과 결혼이주여성을 위한 상담활동을 벌이며 타향살이의 어려움을 겪는 이들의 멘토가 되어 주고 있다.
서산 =임붕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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