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의용 대전대 교수ㆍ교수학습센터장 |
전경련, 경총 등이 펴낸 통계자료를 살펴봐도 대졸 신입사원에 대한 기업의 만족도는 50점에도 못 미친다. 68%의 기업 인사 담당자들은 “입사 후 재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고, 신입사원의 절반 이상은 “4년 동안 받은 대학 교육이 불만스럽다”고 답한다. 기업 경영자들은 더 이상 '불량품'을 양산하지 말라고 대학에 항의한다. 왜 기업은 대졸 신입사원에 대해 만족하지 못할까. 한 마디로 일을 제대로 못 해서다. 왜 일을 못할까. 대학에서 일하는 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해서다.
대학이 일하는 법 배우는 곳인가. 그게 아니면 뭐 하는 곳인가. 졸업생 대부분이 산업사회를 향하는 현실에서, 대학은 마땅히 산업사회의 니드를 파악하고 거기에 맞게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학은 기업이 어떤 인재상을 원하는지에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 같다. 이는 손님의 필요나 취향에 무관심한 주방과 다를 바가 없고, 진학생 수가 점점 줄어드는 현실보다 더 심각한 문제다.
경영자 출신인 필자가 볼 때, 산업사회가 원하는 인재는 세 가지라고 생각한다.
첫째는 건강한 인성과 긍정적인 태도. 둘째는 실무를 효과적으로 처리해낼 수 있는 전문 능력. 셋째는 다양한 사람들과 도움을 주고받으며 업무를 추진해나갈 수 있는 인간관계와 소통 능력이다. 이 세 가지를 얼마나 골고루 갖추고 있느냐가 인재의 경쟁력이다.
대학이 이러한 인재를 키워내려면 커리큘럼과 평가기준(방법)부터 바꿔야 한다. 경영인들의 자문을 얻거나 현장 조사를 통해 커리큘럼을 산업사회가 원하는 내용으로 원점에서 개혁해야 한다. 오래된 과목부터 교실, 이론, 교수 중심의 수업 틀도 현장, 체험, 문제해결, 학생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일방적인 티칭(Teaching)도 쌍방적인 코칭(Coaching)으로 바꿔야 한다. 그렇게 공부해야 현장에 나가 제대로 일 할 수 있다. 얼마나 많은 이론을 정확히 외워 시험지에 옮겨 적느냐로 성적을 내는 안이한 평가 방식도 내던져야 한다. 산업사회에서 요구하는 건 태도나 문제해결 능력이지 암기력이 아니다. 한 마디로 '현장에서 써먹을 수 있는 실용적인 지식'을 효과적으로 가르쳐줘야 현장에 나가 살아남을 수 있다.
이번 학기에 필자가 진행하는 한 수업의 평가 비중은 중간고사가 12%, 기말고사가 15%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여러 실습과 과제에 배정했다. 필기시험은 교과서와 노트를 펴놓고 치른다. 시험은 30분 정도에 마치고, 나머지 시간에는 당연히 정상 수업을 한다. 15주 수업 중 2주를 시험 보는 데 쏟는 현실이 허비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대학교육의 목표는 학생이 산업사회에 진출해 당면하는 문제들을 잘 해결하며 살아가도록 준비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자면 대학은 '산업사회의 니드'에 맞게 대학 교육의 내용과 방법을 혁신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졸업 후 산업사회에 나가 일을 잘할 것인가. 그 해결 답안은 연구논문이 아니라 업무 현장에 숨어 있다. 교수가 연구실에만 숨어 있지 말고, 틈만 나면 산업현장으로 달려가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