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총을 든 목사'라니….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의 조합은 실존인물 선교사 샘 칠더스의 별명이다. 아프리카로 집짓기 봉사활동을 떠났던 그는 반군조직에 희생되는 우간다와 수단의 아이들을 목격하고 아이들을 구하려 무장작전에 참여하면서 그런 별명을 얻게 됐다.
칠더스의 자서전 '어나더 맨스 워'를 바탕으로 한 영화는 사실적인 내러티브가 인상적이다. '인간말종'의 삶을 살았던 칠더스가 개과천선해 목회자가 되고 수단으로 가 총을 들게 되는 과정을 다큐멘터리처럼 그린다. 수단하면 '울지마 톤즈'의 고 이태석 신부가 떠오른다. 기도를 통해 큰 사랑과 희망을 보여주는 '울지마 톤즈'에 비한다면 '머신건 프리처'는 극과 극이다. 총을 든 선교사라는 게 논란이 되고 있지만 과연 그것이 잘못된 선택일까.
반군의 테러로 여기저기 널브러진 시체들, 평생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할 아이들의 메마른 표정에서 총을 잡을 수밖에 없었던 칠더스의 심정이 읽힌다. “스파르타”를 외치던 영화 '300'의 제라드 버틀러는 묵직한 연기로 자칫 액션 영웅 스토리로 흐를 수 있는 영화에 설득력을 불어넣는다. 세뇌당한 소년병들을 죽이고 난 뒤 망연자실하는 표정은 둔중하게 가슴을 두드린다. '툭' 끝나는 엔딩이 뜬금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그렇다, 아이들을 전쟁의 도구로 희생시키는 이 끔찍한 싸움은 현재진행형이다.
안순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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