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와 도의회의 갈등은 올해 1차 추경예산안에 소규모 숙원사업비(의원 재량사업비)를 편성하지 않으면서 불거졌다.
도는 지난해 전북도의 의원 재량사업비가 감사원 감사에서 지적됐고 행정안전부에서 예산을 편성하지 말라는 두 번의 공문을 보내와 올해 1차 추경부터 의원 재량사업비 편성이 불가하다는 것을 의원들에게 수차례 설명, 진정성을 전달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반면, 도의원들은 의원 재량사업비가 지역 숙원사업을 해결하는데 쓰일 뿐 쌈짓돈처럼 쓰는 예산이 아니어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예산을 반영하든가 다른 대안을 세워달라고 요구해 왔다.
결국, 도와 의회가 자신들의 입장에서만 설명했을 뿐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았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서로 양보 없이 팽팽한 힘겨루기가 감정싸움으로 이어져 추경예산안 대폭 삭감이라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
특히 도가 도지사 시책추진보전금을 예산편성 규정에 맞춰 의원들과 같이 사용하자고 제안하면서 도의원들의 감정을 자극했다는 지적이다.
도의 제안에 대해 의원들 대부분은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해 왔던 의원 재량사업비는 검은 돈이고 도지사 시책추진보전금은 깨끗한 돈이냐는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
도의원들은 또 이번 사태가 발생한 가장 큰 원인으로 도의 '정치력 부재'를 꼽고 있다. 의원재량사업비 문제 해결에 나섰던 권희태 정무부지사가 중재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오히려 상황 악화를 불러왔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충남도의 수장인 도지사가 직접 나서 갈등 봉합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도와 의회의 갈등으로 추경예산안 대폭 삭감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안희정 충남지사는 23일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3주기를 맞아 봉하마을에 내려간 것으로 밝혀져 빈축을 사고 있다.
도의회 한 의원은 “이번 문제의 핵심은 대화와 소통이 되지 않아서 발생했다”며 “사태 해결에 나서야할 도지사가 봉하마을에 가 있다는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감사원의 지적에 따라 의원 재량사업비를 편성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다”면서 “시급한 사업의 경우 의원들의 요구가 있으면 검토해서 예산을 편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태구 기자 hebala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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