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일수 대전충남민언련 공동대표,두리한의원장, 한의학박사 |
하지만, 알제리 출신으로 가장 유명한 사람은 아무래도 카뮈가 아닐까? 1957년에 노벨 문학상을 거머쥠으로써 수많은 프랑스 문필가들을 한순간에 적으로 만들어 버린 이 작가 겸 언론인, 연극 연출가는 불과 29세의 나이로 '이방인'을 발표하여 단숨에 프랑스 문단의 총아가 되었다. 이방인에서 다룬 부조리와 반항이란 개념은 사르트르와 그를 동류로 묶었고 실제로도 친구로 지냈지만, 카뮈는 사람들이 왜 자신과 사르트르를 한 묶음으로 생각하는지 알 수가 없다고 적었다. 그리고 까뮈가 당시 일반 지식인들과 달리 소련 공산당을 비판하고 식민지 알제리의 완전 독립에 부정적이란 입장이 알려지면서 카뮈와 사르트르는 적대적인 관계로까지 발전한다.
카뮈의 이방인에는 작가의 페르소나인 청년 뫼르소가 등장한다. 어머니가 죽었음에도 애도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아랍인을 죽인 이유를 묻자 “햇빛이 너무 강렬해서”라고 말하는 이 청년은 결국 사형을 당하게 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면서 일상에서 벗어난 모든 자들이 결국 그 사회의 이방인일 수밖에 없는 전체주의를 적나라하게 고발한다.
카뮈의 소설을 상식적으로 읽으면 반론이 자자해진다. 어떻게 햇빛을 핑계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단 말인가. 지중해의 태양은 너무나 뜨겁고 강렬해서 창문도 이중으로 덧창을 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을 읽은 적이 있긴 하다. 우리에겐 생소한 습관인 시에스타 역시 작열하는 태양과 높은 한낮 온도 때문에 필요불가결하다는 주장도 있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어떻게 태양빛이 강렬하다고 사람을 죽이나 글쎄….
나는 오히려 독버섯이 그늘 속에서 자라는 것처럼 어떠한 문제도 바깥으로 드러나기만 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물론 빈곤계층의 맹목적인 새누리당 사랑이나 타지사람들의 분노에 가득한 전라도 저주처럼, 드러났지만 쉬이 해결책을 찾기 어려운 문제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문제는 곪으면서 악화되고 커지는 법이다. 어둠 속에 숨어 있는 문제와 병통이 진짜 문제지, 드러난 문제점은 해결 가능하다는 점에서 낙관적이기조차 하다.
자유주의 정치철학을 가진 참여당이 민주노동당과 합류하면서 통합진보당이란 이름으로 출범했을 때, 많은 사람이 우려를 표시했다. 심지어 지지를 할 수 없다는 노동진영의 반발도 적지 않았다. 나 또한 단지 총선에서 살아남기 위한 야합의 냄새가 난다고 생각했고, 당분간 관망해보자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지난 한 달 간 통합진보당 내부에서 소위 당권파들이 저지른 부정과 폭력사태, 공당이란 이름을 붙일 수 없는 추잡한 패거리 문화를 바라보면서 나는 어쩐지 뫼르소가 떠올랐다.
통합진보당은 진보정치의 중요한 보루다. 참호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고 그저 잘 싸우라고 피 같은 보급품을 대고, 사령부에서 떨어진 돌격 앞으로 명령에 죽을 둥 살 둥 모르고 앞으로 나가는 눈먼 병사가 되어선 안 될 말이다. 그 참호 안에서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우리는 알아야 한다. 앞에서 말한 대로 문제점이란 일단 바깥으로 드러나면 어떻게 해서든 해결방안이 생긴다. 우리는 당권파란 이름을 뒤집어쓴 야만스럽고 폭력적인 괴물을 처단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니 어찌 다행스런 일이 아니겠는가. 이게 다 강렬한 햇빛 때문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