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장애인체전, 건너뛸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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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장애인체전, 건너뛸 수는 없다

  • 승인 2012-05-22 19:29
  • 신문게재 2012-05-23 21면
2010 밴쿠버 겨울올림픽 하면 '피겨퀸' 김연아와 스피드스케이팅의 모태범, 이상화, 이승훈이 떠오를지 모른다. 하지만 이들 못지않은 쾌거가 또 있었다. 같은 장소에서 이어 벌어진 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에서 한국 휠체어컬링 대표팀이 은메달을 따낸 것이다. 장애와 무관심의 이중 핸디캡을 이겨내고 희망을 쏘아올린 대표팀에게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었다. 2008년 베이징 패럴림픽에서도 태극선수단 '팀코리아'는 금메달 10개 등 메달 31개를 획득해 종합순위 13위에 올라섰다. 그때 대표팀이 보여준 인간승리는 뜨거운 감동이었다.

세계와 정상을 다투는 한국 체육의 뿌리가 전국체육대회이듯 장애인 체육의 뿌리는 전국장애인체육대회다. 그런데 2년 뒤, 2014년 제34회 전국장애인체전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개최 예정지였던 인천시가 아시안게임을 이유로 개최권을 반납한데다, 대한장애인체육회가 2014년 전국체전 개최지인 제주도에 동시 개최 의사를 타진해보았지만 제주도도 예산 확보가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애인 선수들을 부축해주고 희망을 불어넣어주지는 못할망정 희망의 촛불마저 꺼버리는 것 같아 입맛이 쓰다.

장애인에게 스포츠는 운동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집 밖을 나서기 힘든 이들을 사회로 끌어내어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의 벽을 허무는 '세상과 소통하는 문'이다. 장애인체전도 스포츠를 통해 장애인들의 재활의지를 북돋우고 일반인에게 장애인들에 대한 관심을 높인다는 게 개최 취지다.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선수들이 자신이 가진 장애를 극복하고자 흘린 땀을 헤아린다면 장애인체전은 결코 건너뛰어선 안 된다.

체전이 열리지 않으면 지역 장애인 선수들은 체전이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 고등학교나 대학 선수들의 경우, 체전 성적이 곧 실업팀 진출의 열쇠가 되기 때문이다. 김성일 베이징패럴림픽 선수단장이 “장애인은 누구보다 긍정적이고 밝고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라며 “지속적 관심이 큰 힘”이라고 한 말을 새삼 새겨듣는다.

장애인의 사회참여 정도와 국민의 관심을 보여주는 장애인체전은 국격의 지표이기도 하다. 장애인이 '보통 국민'으로 살 수 없다면 선진국 자격이 없다. 장애인체전은 반드시 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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