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뜻있는 분들에 의해 국내 입양도 늘어나고 자식을 원하지만 가질 수 없는 분들의 희망이 되고 있다. 자식을 떼어 놓을 수밖에 없는 처지에 있는 엄마의 또 다른 염원일 수 있다. 내가 해주지는 못할 지라도 자식장래의 행복을 비는 엄마의 마음을 자극하기 이를 데 없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입양이라고 하면 주로 친족 간에 이루어져왔다. 특히 대를 이을 자식을 얻지 못했을 때 조카들을 입적하여 대를 잇고자 하였다. 일반에서는 입양이라기보다 “양자 들인다”고 하였다. 요즈음은 오히려 전통적인 친족 간의 양자들이기보다는 일반입양이 보편화되고 있다. 특히 국가적인 지원과 세계적인 민간 기구에 의하여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조직적인 입양제도가 활성화되기 이전에도 민간에서 이루어지던 미풍양속이 있었다. 다름 아닌 '업둥이'다.
업둥이는 아이엄마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하여 낳은 아이를 기를 수 없을 때 잘 길러주기를 염원하면서 아이를 기를만하다고 여겨지는 집 문 앞에 아이를 놓고 가는 것을 말한다. 지금은 여러 절차들을 밟아서 입양이 이루어지지만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이러한 절차를 밟기가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아마도 아이 기르기가 여의치 않은 엄마나 그러한 엄마를 가진 가족들은 어린 아이의 장래를 위해 노심초사했을 것이다. 어느 집이 절실하게 아이를 원하는지, 원하는 분들의 성향이나 경제적인 능력은 어떠한지 아마도 여러 가지를 신중하게 판단하였을 것이다. 또한 떼어 놓으려고 하지 않는 아기엄마를 달래는 일도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자식을 떼어 놓으려는 엄마가 이 세상에 어디 있을까? 아이와 헤어지기를 결정한 날 아이의 장래와 행복을 빌며 아이를 위한 몇 가지 옷가지와 생활용품들을 챙겨서 아기보에 곱게 싸서 잘 길러주기를 염원하면서 아이를 원하는 집 앞에 놓았을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이를 발견한 집의 가족들은 이를 내치지 않고 거두어 친자식처럼 잘 길렀다. 그리고 이 아이는 이 집안에 살림을 일으키고 복을 주려고 하늘이 내린 아이로 여겨서 정성껏 잘 길렀다. 그래서 “업둥이”라 하였다. 아기의 엄마도 내가 기르지는 못하지만 한 집안의 “업”으로 여겨지면서 잘 커가는 아이를 멀리서나마 지켜보면서 마음 한 켠의 그리움을 삭여갔을 것이다.
정동찬ㆍ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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