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답다. 참신하다.'
100여명의 학생들이 공부시위를 벌이고 있는 KAIST 본관 앞과 1층 로비는 책장 넘기는 소리만 간간이 들리는 고시원을 방불케 했다.
서남표 총장 퇴진을 요구하며 시작된 학생들의 공부시위는 오전 20여 명만이 참여했지만, 오후에는 100여 명으로 늘었다.
시위를 주도한 '카이스트의 미래를 걱정하는 학생들의 모임(이하 학생모임)' 관계자는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학생이 참여해준 것 같다. 학내 문제에 대해 그동안 침묵을 지켰지만, 이제는 행동으로 나선 것 같다”고 말했다.
KAIST 학생들의 공부시위는 기말고사 공부와 병행한다는 점 이외도 KAIST만의 독특한 점들이 눈에 띄었다.
고시원 같은 시위현장의 분위기를 연출한 가운데 자율적으로 학과 조교나 대학원생들이 시위에 참여한 학생들의 시험준비를 위해 헬프데스크를 마련, 과목별로 시험과 관련된 문제풀이를 도와주기도 했다.
학생들의 시험준비를 돕기 위해 헬프데스크에 참가한 물리학과 대학원생인 A씨는 “시위에 참여하는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한다. 후배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다”라는 말로 헬프데스크에 참여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시위현장에 동참하지 못한 학생들은 전날 저녁 개설된 후원통장에 후원금을 내, 통장 개설 하루도 안 돼 100만원의 후원금을 모았다.
또 오후 시위에 참가한 학생들은 빈손으로 오지 않고 음료수와 간식을 사들고 시위에 합류했으며, 시위에 참가하지 않은 학생들과 대학원생, 교수들도 음료수와 간식을 지원하기도 했다.
학생모임관계자는 “과격한 방법보다 학생의 본분을 다하며 총장퇴진을 요구하는 공부시위에 대해 학내 구성원들이 좋게 평가한 것 같다. 침묵으로 일관한 조용한 시위이지만 서 총장이 학생들의 마음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권은남 기자 sil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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