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업<사진 오른쪽>ㆍ조경란씨 부부가 손을 잡고 산책을 하고 있다. |
21일 부부의 날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찾아온 기자를 맞아 차와 과일을 내주는 부부의 느긋한 손길에 상대방을 배려한 편안함이 묻어 있었다.
김경업씨와 조경란씨는 2009년 결혼해 대전 중구의 임대아파트에서 가족의 뿌리를 내리고 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체력이 약하고 한 곳에 오랫동안 집중할 수 없다는 장애에 직업을 찾지 못하던 중 사회복지법인 한울타리에서 재활과 일을 배우면서 둘의 만남은 시작됐다.
상대가 지닌 장애를 잘 알기에 마음이 통할 수 있었고 배려하는 마음에 끌려 결혼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남편 김경업씨는 “결혼 전 부모님 집에서 보낼 때 혼자 있으면 우울해지고 방에 누워서만 보냈다. 가끔 밖에 나가도 주변 사람들이 이상하게 볼 정도로 거리에서 손뼉을 크게 치며 걸었고 그게 운동이라 생각할 정도였다”고 기억했다.
그는 “부부가 되어 혼자 멍하게 보내는 시간 없이 아내와 대화하고 함께할 수 있어 즐겁다”며 멋적은 웃음을 띠었다.
결혼과 함께 직업이 생기면서 이들의 생활도 안정되기 시작했다.
김 씨 부부는 대전시가 장애인들의 일자리를 위해 조성한 건강카페에서 하루 6시간씩 일하고 있으며 부인 조경란 씨는 커피 만드는 실력을 인정받을 정도다.
김씨 부부는 넉넉하지 않은 생활 속에도 기초생활수급자 수급권을 자진해서 포기했다.
일자리를 통해 소득이 생겼고 기초생활수급 혜택이 더 절박한 사람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부인 조경란씨는 “부부가 함께 일을 할 수 있는 곳이 있고 월급을 받아 감사한 마음”이라며 설명을 대신했다. 이들 부부에게는 함께 그리는 꿈이 있다.
건강카페에서 주문과 계산을 도우며 손님과 관계 맺기에 익숙한 남편 김경업씨가 카운터를 맡고 커피를 추출하고 만드는데 소질 있는 부인 조경란씨가 바리스타가 되어 아담한 커피숍을 직접 운영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들 부부는 아침 8시 대전시청의 건강카페까지 40분을 걸어 함께 출근하고 손님이 뜸한 토요일에는 건강카페에서 주문을 받고 커피를 만들어 서빙까지 직접하는 용기를 내고 있다.
사회복지법인 한울타리 이진욱 팀장은 “장애가 있다고 결혼해 부부로 살지 못할 거라는 생각은 편견”이라며 “이들 장애 부부가 꿈을 이루고 더 튼튼한 가정을 이룰 수 있도록 따뜻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병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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