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임]영화 '코리아'와 문화의 힘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전정임]영화 '코리아'와 문화의 힘

[문화 초대석]전정임 충남대 예술대 음악과 부교수

  • 승인 2012-05-20 13:36
  • 신문게재 2012-05-21 20면
  • 전정임 충남대 예술대 음악과 부교수전정임 충남대 예술대 음악과 부교수
▲ 전정임 충남대 예술대 음악과 부교수
▲ 전정임 충남대 예술대 음악과 부교수
오랜만에 영화관에 갔다. '코리아'라는 1991년 탁구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사상 최초로 중국이라는 장벽을 넘어 금메달을 획득한 남북단일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를 보기 위해서다. 영화를 보는 것이 취미도 아니고, 또 그 영화가 얼마나 흥행되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탁구 마니아이기 때문에 탁구를 소재로 했다는 그 자체 때문에 아무런 고민 없이 그 영화를 택했다.

영화의 줄거리는 한 줄로 요약할 수 있는 정도였다. 남한 선수와 북한 선수가 본인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단일팀으로 묶여서 훈련 중에 겪는 갈등과 그것의 극복, 그리고 우승을 이루기까지의 에피소드가 줄거리의 전체다. 영화 전반에 걸쳐있는 '통일'이라는 암묵적인 주제는 전면에 부각되어 있는 여러 갈등들에 밀려 그다지 뚜렷하게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그런대로 많은 생각을 하게하는 영화였다. 이 영화를 보면서 전체적으로 느낀 것은 '문화의 힘'이라는 것이었다. 정치적으로 통일문제에 접근하게 되면 너무나 복잡하고 미묘한 문제들이 이리저리 얽혀 있어 실효를 거두기가 그렇게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스포츠라는 공통의 관심사를 가지고 접근을 하게 되니 처음에는 완전히 이질적인 집단이었던 두 팀이 점차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고, 형제애를 느끼고, 한 민족임을 인식하게 되는 자연스러운 변화가 일어나게 된 것이다.

남북화해 분위기의 일환으로 탁구 남북단일팀을 구성해서 세계선수권에 출전한다는 원칙 하나만을 정해놓고 남한 팀과 북한 팀이 일본 전지훈련장에서 만나 훈련을 시작한다. 첫 인사자리에서부터 문화적 차이에 의해 갈등을 겪게 되고, 환영식 자리에서는 '일성'이라는 남한 선수의 이름을 호명하는 것이 북한 선수들에게 거슬리게 되어 결국에는 주먹다툼으로까지 이어진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선수들은 서로 하나의 팀이라는 인식이 생기면서 점차 친해지게 된다. 이 영화의 최대 갈등은 준결승을 앞두고 북한 측에서 북한 선수들에게 출전 정지 및 귀국 명령을 내리면서 일어난다. 북한 선수들이 규정을 어기고 소지해서는 안 될 물품들을 소지한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준결승에는 남한 팀만이 출전해서 겨우 결승에 진출을 했지만 마지막으로 남은 중국 팀과의 결승전에서 남한 팀만의 전력으로는 패배가 분명한 사실이었다. 이러한 최대의 위기 상황에서 위기 극복을 위해 힘을 발휘한 것이 바로 '문화적 공감대'였다. 중국이라는 공동의 맞수를 이기고 어떻게 하든 금메달을 획득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사상적으로 완고한 북한측 보안요원과 단장, 감독의 마음을 녹였고, 결국 북한 선수들을 결승에 내보내게 된다.

결과는 단체전 2대 2 상황에서 마지막 복식 팀으로 출전했던 남한의 현정화와 북한의 리분희가 심판의 편파적인 판정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3세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22대 20으로 극적인 승리를 거두어 결국 중국을 누르고 금메달을 목에 걸게 되는 감격을 맞는 것으로 끝난다. 위기의 순간에 정치적인 논리라든가 사상적인 설득의 방식으로 접근을 했다면 결코 서로 간의 갈등이 해소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문화적 공감대로부터 출발하여 접근했기 때문에 문제의 해결점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통일 문제 같은 거대한 과제에 있어서 뿐만 아니라 지역 내에서의 문제나, 혹은 직장이나 가정 내에서의 사소한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도 '문화의 힘'이 유용하게 작용할 수 있다. 갈등 해소의 방안으로 함께 공연을 관람하거나, 문화행사에 참여하는 등의 문화적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이해의 폭이 넓어져 갈등 해소에 많은 도움이 된다. '문화'는 우리 삶의 곳곳에서 우리의 생각을 넘어설 정도의 거대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2.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3. [기고] 공무원의 첫발 100일, 조직문화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4.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5. JMS 정명석 성범죄 피해자들 손해배상 민사소송 시작
  1. 대전보건대, 대학연합 뉴트로 스포츠 경진·비만해결 풋살대회 성료
  2.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3. 한국자유총연맹 산내동위원회, '사랑의 반찬 나눔' 온정 전해
  4. 구본길에 박상원까지! 파리 펜싱 영웅들 다모였다! 대전서 열린 전국 펜싱대회
  5. 대전시, 여의도에 배수진... 국비확보 총력

헤드라인 뉴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27일 낮 12시께 눈발까지 흩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전 중구 한 교회의 식당은 뜨끈한 된장국에 훈훈한 공기가 감돌았다. 식당 안에서는 대전자원봉사연합회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며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150여 명의 어르신이 빼곡히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기다렸다. 얇은 패딩과 목도리 차림인 어르신들은 강한 바람을 뚫고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밥도 같이 먹어야 맛있지." 한 어르신이 식당에 들어서자 자원봉사자가 빈자리로 안내했다. 이곳에 오는 대부분은 75세 이상의 독거 노인이다. 매일 혼..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창단 후 첫 K리그1 승격에 도전하는 충남아산FC가 승강전 홈경기를 앞두고 관심이 뜨거워 지고 있다. 충남아산FC는 28일 대구FC와 승강전 첫 경기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홈 경기로 치른다. 홈 경기장인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잔디 교체 공사로 인해 임시 경기장으로 천안에서 경기를 하게 됐다. 승강전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28일 홈 경기 사흘 후인 12월 1일 대구로 이동해 어웨이 경기를 치른다. 승리수·합산 득실차 순으로 최종 승격팀을 정하게 되며 원정 다득점 규정은 적용하지 않아 1·2차전 결과에 따라 연장전 또는 승부차기까지..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 시도가 2027년 열리는 하걔세계대학경기대회 성공 개최를 재차 다짐했다.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강창희, 이하 조직위)는 27일 대전 호텔 ICC 크리스탈볼룸에서 2024년 제2차 위원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는 지난 3월 강 위원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개최된 것이다. 행사에는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 등 충청권 4개 시도 부지사와 대한체육회 부회장,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위원장, 시도 체육회장, 시도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강 위원장과 조직위원회 위원이 공식적으로 첫..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