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조사 결과 폐금속광산인 홍성군 장곡면 월계광산 주변에서 비소가 환경기준치의 30배 이상 검출되는 등 토양에서 중금속이 다량으로 나왔다. 비소는 피부암과 간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세계보건기구가 규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월계광산이 위치한 월계리에는 49세대 118명의 주민이 살고 있고, 인근에는 삽교천의 지류인 행정천이 흐른다. 오염된 지하수를 식수나 농업용수로 이용한 주민들이 피해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번 조사에서 보령의 태화광산은 토양오염대책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의 건강과 동ㆍ식물 생육에 지장을 줄 수준이라는 뜻이다. 이전에도 청양의 삼광광산, 서산의 서성광산, 공주 덕공광산, 논산 덕풍광산이 납 카드뮴 등 중금속에 심각하게 오염됐다는 보고가 잇따랐다. 그럼에도 당국의 치유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니 주민들 사이에서 “조사만 하면 뭐 하느냐”는 비난이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
당국은 대체 뭘 하고 있는지 답답한 노릇이다. 해당 지역 자치단체가 우선 토양정화 등 복구에 나서라고 종용하고 싶어도 그럴 수도 없으니 더욱 답답하다. 광산 주변 환경 복구는 지식경제부 소관이어서 자치단체는 복구를 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나서야 한다. 광범위한 오염지역과 복구에 투입될 비용을 헤아리면 지자체의 역량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중금속은 몸에 들어가면 30~40년간 배출되지 않는다. 땅도 치유할 시기를 놓치면 복원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일본 도야마현 폐광 주민들에게서 집단 발병한 '이타이이타이병'으로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첨단 공법을 도입한 정화방안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지금 주민들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